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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내려간 딸은 주말마다 올라와요? 우리 아들은 그쪽이 더 좋은지 아예 올 생각도 안해요." 미용실 여자는 한달 전에 보고 오늘 다시 들른 나를 기억해 두었었나 보았다. 7년째 같은 집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주인집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했다며 20여년 결혼생활 동안 이뤄놓은게 ..
젊어서 실컷 놀았으니 지금에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할텐데 몸도 약한 나를 믿고 되도록 빠져나갈 생각만 하니.... "아마도 남편은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인 게 분명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선 북받치는 화를 어찌 다스려. 세인아빠는 술도 안 마시고 얼마나 올곧았는지, 그래서 참 부러..
눈발이 약간 흩날렸다가 멈췄다. 올해는 이른 더위가 올 거라 했다. 그와 함께 웃고 부대끼며 보냈던 날들을 정리하며 살아가려니 너무 이른가. 고작 20여년인데 몇 번 우려내고 나면 헤지고 헤져 흔적조차 바래고 말 그리움이라고 조각조각 아주 오랜시간 갖고 보려 되도록 길게 늘이고 ..
내 행복에 겨워 이만큼 받을만한 삶의 보상은 충분한 거겠지.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까...... 옆 사람이 울고 있는지, 아파하고 있는지 따위가 그래서 곁에 있는 그들이 어쩌지 못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가엾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 쯤이야. 나도 그때는 그랬을거야? 수..
이 아침 언니가 기어코 나를 울린다. 출근하는 중 차 안에서 "사방에 꽃도 피고 풀도 나는 봄에 혼자라 슬프겠다" 고. 올해 쉰여덟살인 넷째 언니는 아주 오래 전에 형부와 이혼을 했다. 그리고 8년 전부터 친구처럼 사귀었던 사람과 어제부터 같은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번 놀러 오랜..
가끔씩 헷갈린다. 마음의 어느 쪽이 진심인지... 할머니가 고추장을 담가 놓았다고 가질러 가야겠다는 세인이의 말에 더 이상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내게 조금만 더 하면 마음이 곧 열릴 사람처럼 착각하면 어쩌려고 다시 마음의 빗장을 고쳐 잡았다. 한 발짝 디디고 나면 다시 두 발짝 더..
중3짜리 막내가 제 방에다 마이크를 설치해 놓고 인디밴드 노래에 열광하며 몇 시간이고 심취하길래 노래를 꽤 잘하는 줄 알았었다. "아니요. 저는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해요. 많이 좋아하는 거지요. 학교에서 제 별명이 뭔 줄 아세요. 복도에서나 어디에서든 흥얼거리고 다니니 시끄러운 ..
지금 내 서 있는 자리에서 옆도 보지 말고 뒤도 보지 말고 그 어떤 일도 벌이지 말아야 한다는 칠십 넘은 어느 어른의 충고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 어떤 일이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가 어찌 이리 빠른지..... 성당에 열심히 다니신다는 60 정도 된 아주머니는 3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