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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이 한창 피어오르려다 난데없이 쏟아진 우박 때문에 제대로 쭈구러져 버렸다. 잠시잠깐 방심하다 보면 좋았던 기분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듯 외줄타기 인생을 잊지 않으려 누수될 감정 따위 다잡기를 매번, 그럼에도 기필코 새어 나가려면 그러라지. 나도 사람인데. 우울할 수도 ..
노인요양원에서 99세 된 시어머니를 119 불러 놓을테니 어서 병원으로 모시라는 연락을 받고도 급히 서두르지 않게 된 자신의 모습에 누구의 탓이라 말할 수 없게 된 현실은? 친구의 얘기다. 너무 오래 살은 어른의 잘못도, 지극정성이 모자란 자식의 잘못도 아니라고 감히 그렇게 말하면..
이른 새벽 나란히 줄 맞춰 서 있는 초록색의 정화조차를 보았었다. 마치 전쟁터에 방출되는 탱크들 처럼.... 날씨가 천방지축으로 황토비까지 내렸다, 우박이 떨어졌다 널뛰기를 하고 슬픈 화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유행가 가사까지 흘러나오는 궂은 4월의 어느날이..... 북한에서는 내일 ..
그런 나이이고 싶다 세월을 거슬러가지는 못하지만 늘어나는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고 햇살이 비치는 방향으로 짙어지는 나뭇잎처럼 그리움이 깊은 방향으로 사랑이 짙어지는 그런 나이이고 싶고 먹고 사는 걱정으로 하루에 매달리지 않고 가끔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흔들리면서 부드러..
큰 아이가 받아 온 백합꽃의 일종인 릴리꽃의 향기는 맡아내기엔 고역인 것이었다. "세인아, 이왕 줄 거면 장미꽃을 줄 것이지. 왜 하필 이 꽃이었대?" 꽃의 향이 영 역겹다는 말은 못하겠어서 돌려 말했더니 "엄마, 꽃 말에 의미를 담았었나 본대 내가 어떻게 알아서 달라고 해. 그냥 갖고 ..
개교기념일이라고 하루를 쉬는 날, 화,목,토로 몰아서 가는 학원이라 월요일은 옴팡지게 주어진 하루라며 중3 막내는 궁리를 한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친구들과 놀이공원 간다는 말은 이제 안하는 걸 보니 그 놀이는 시시한 나이가 되었나 보다. 아이가 안 돼 보여서 함께 어..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은지 2년을 훨씬 넘기고 일주일 전 장례식을 치른 여자가 있다. 40대 후반의 이 여자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고 작은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중인데 일주일이 넘도록 공장에 와 보지도 않고, 전화기도 꺼져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혹시나 해서 평소 오..
언뜻 보아 나리꽃인 것 같기도 하고, 백합꽃인 것도 같아 큰 얘에게 물어보니 릴리꽃이라 했다. 이름이야 다르게 불리어도 백합과에 통틀어 이른 말이니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들 부끄러울 것도 아니었다. 늦은 저녁 큰 아이가 안고 들어온 꽃 한 다발 중3 막내는 "먹을 거나 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