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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된 엄마를 몇 년 째 찾고 싶지 않았던 후배가 더 이상 미루면 천륜을 어기는 것 같다며 함께 가 달라고 했다. 어릴 때의 원망이 불현듯 떠오르며 갑자기 엄마가 징그럽게 싫어졌었단다. "언니, 그런 맘 이해해? 차라리 시어머니라면 도의적인 태도라도 취할테데, 내 엄마니까 더 함..
둘째가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대전 하숙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자신이 해두어야 할 것을 포스트 잇에 번호를 매겨 붙여 놓았다. 1번 현관 입구에 쌓여 있는 신문지 내다 팔기 2번 화장실 변기 손 보기 3번 옷 정리 등등으로 우리 가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 정립하는 듯 솔선수..
이상하다?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우리집 큰 얘가 시름에 빠졌다. 거실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혼자 중얼중얼.... 자책까지 하는 것 같다. "엄마, 갑자기 그 오빠가 바쁘다고 한다? 계속 잘 받아 주고, 공부 조언도 잘 했었는데... 지난 토요일 저녁에 잠깐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런 기분 아..
이것 저것 세상구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비밀의 화원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꽁꽁 숨겨둔 다락방의 곶감을 손 대면 큰일 날 줄 알고 불필요한 관심엔 눈길조차 감히 두지 않는 이상한 고집이 있습니다. 작년 4월 15일, 남편을 보내고 한 달여는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그리고 내..
얼마 전 부적절한 관계로 생긴 아들의 친자 소송 기자회견 뉴스를 보고 저마다 오 마이 갓을 외친 적이 있었다. 그 주변에 여자가 한 둘이 아닐 터인데, 조용히 밝히지 말고 살 것이지, 뭘 그렇게까지? 하면서 남자 보다도 같은 여자가 더 비난을 했었지. 지난 주에 일어난 일인데도 한참 ..
개나리 봇짐 걸머지고 비장하게 떠났던 아침의 모습은 어디 가고 저녁 10시 넘어 축 쳐진 패잔병의 모습으로 귀가한 막내, "엄마, 내가 기대했던 건 이것이 아니었어요." - 무엇을 기대했었는데? (단과학원을 다니던 막내가 마음이 돌변해 종합학원을 다니겠다 해서 그러라고 했었다.) 첫째..
인간극장에 출연한 주인공 여자의 남편은 간암 말기를 발견한 이후 7개월을 살았다 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린 10개월을 살았으니 조금 더 다행한 삶 아닌가. 골수이형성증후군이란 생소한 병명을 확인한 후 정확히 10개월 동안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쟁 한바탕 치르고 너도 그렇고, 나도 ..
오늘부터 청솔학원 가요! ㅠ ㅠ ㅠ 공부 열심히 하며 다닐께요!! 시험성적도 많이 올릴께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사랑해요. 오전 자습 자유라는데 맨날 가서 본전 뽑고 올께요. 월화수목금 가는 거고 밤 열시까지 하는 거예요. 한눈 안 팔고 열심히 할께요. 이번에 낸 학원비는 팔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