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되면 마음이 지금 같지 않을까 약간 소심해 지려 합니다. 여름 내내 호호 불며 강한 심장 만들어 놓은 일, 계절 바람 빌어 삽시간 쓸어내면 어쩌나, 조심 조심, 가을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날이 그날 같은데도 매번 같지 않은 것은 밖에서 치고 드는 바람 때문입니다. 어제는 정..
스마트폰에 얼굴과 마주 하려 들기만 해도 아이들은 "엄마, 또 그 까페....." 부끄러운 일 하는 것도, 도둑질 하는 것도 아닌데 약간은 눈치가 보인다. 줄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좀처럼 끊어내지 못해 금단현상(불안, 우울, 환청, 두통, 손떨림)에 시달린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저녁, 집에 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긴장감으로 수면을 취하기엔 이미 틀렸고, 눈 뜨고 밤을 새자니 아침이 걱정되고,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깨운다. 긴 잠에 빠질까봐 툭툭.... 새벽 2시 반, 내가 나를 깨운 것이다. 지난 밤 둘째가 고모 꽃가게에서 놀다 온 흔적 하나, 식탁 위엔 ..
누구도 아버지의 제사를 들먹이지 않았다. 음력 7월 14일이 그 날인 것을..... 각자 마음 속으로 알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먼저 알아냈다고 부추겨 분란 일으킬 사람도 이젠 없다. 침묵의 시간을 거쳐 조용히 지내는 일이 최선인 것을 깨달은 것인지, 진정으로 기억에서 멀어져 간 것인지..
숨바꼭질 영화를 보고 오는 길, 시각은 새벽 한 시, 이왕 나온 걸음 아이들은 천천히 둘러보며 가자 했고, 엄마는 언제나 습관처럼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했다. 영화관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십분 거리, 집에 가서 따로 뭐 할 거 있느냐며 세 명의 목소리가 아우성을 쳐도 고집스런 엄마의 ..
2000원 짜리 변기래버 가지곤 택도 없을 공사비용을 말한다. 화장실 변기 밑에 시멘트가루가 가득 찬 것이 원인이라는데... 그 동안 물을 내리면 멈춤 없이 쉬지 않고 흐르길래 왜 그런가 의문만 갖고 버티기로 일관하던 중, 둘째가 일을 벌였다. 변기를 새로 교체하는 수 밖에 없단다. "35만..
지난 번, 나에게 분리수거 제대로 안 했다고 삿대질까지 하며 열을 올리던 보다 젊은 경비 아저씨가 무슨 영문인지 불같이 화를 내고 배낭 안에 소지품을 챙겨 홀연히 떠났다.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여기 저기 맘 상한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찬다. 세상살이 반은 점쟁이가 되어 가는 마당에 ..
중3 막내가 춤을 춘다. 회원은 여덟명. 얼마 전에 알아낸 것인데, 학교에서 춤 동아리 회장이란다. 마땅히 동아리에 참여할 것이 없어서 직접 춤 동아리를 만들어 버렸다는 막내의 추진력에 언니들과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어떻게 춤을 추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 - 처음엔 살을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