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아버지의 제사를 들먹이지 않았다.
음력 7월 14일이 그 날인 것을.....
각자 마음 속으로 알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먼저 알아냈다고 부추겨 분란 일으킬 사람도 이젠 없다.
침묵의 시간을 거쳐 조용히 지내는 일이 최선인 것을 깨달은 것인지,
진정으로 기억에서 멀어져 간 것인지,
그것까지는 모를 일이다.
오래 전 떠나간 아버지를 회상하며 울기까지 할 자식이.....
남은 이들이 다시 그 나이가 되어 먼 길 떠날 때를 준비하는데
목 놓아 울 수는 없을 일이다.
자매들 끼리 전화통에 근황 얘기를 늘어 놓으면서도
누구네 집 제사 끝에 다툰 얘기를 늘어 놓으면서도
절대로 금기시 된 단어가 되어 버린 우리 집 이야기
지나간 일은 요소 요소에 박혔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 한방으로 마음을 요동치게도 하지만
그 마저도 나이의 힘에 밀려 앙금으로만 남았다.
들추어낼 상처라면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해 덮어 두고 가는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을 알게 된 후의 삶은 덜 불편해서 좋다.
아집과 독선이 나를 괴롭혔던 것을 깨달았고,
"언니, 아버지 제사? 어쩌지...."
부서뜨리고, 아프고, 무쇠라도 녹여버릴 열정이
화려하게 젊음을 대변했던 시절,
저마다 다 되었다고 수그러 들었다.
순리가 사람을 순화시킨다.
- 그냥, 마음 속으로 기도라도......
그들이 편하면 내가 편해진다는 것도 알아간다.
이기적인 발상일지 모르지만 이젠 더 이상
원리원칙을 내세워 장하고 그 중 좋은 딸의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다.
부질없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진작부터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혼자가 아닌 세상은 언제나 시끄러운 것,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은 끝이 났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금단현상 (0) 2013.08.23 [스크랩] 새벽에 (0) 2013.08.22 [스크랩] 숨바꼭질 (0) 2013.08.20 [스크랩] 집 (0) 2013.08.20 [스크랩] 나이 (0) 201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