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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슷한 사람들나의 글 2013. 2. 26. 09:53
이른 새벽, 하숙집에 보낼 짐을 싸면서
둘째가 자기 친구와 나눴던 얘기를 꺼낸다.
요 며칠 이런저런 문제로 언성을 높였던 게 미안했던가,
화장품(아이샤도우) 하나를 샀다며 엄마 가방 속에 넣어 주기까지....
"엄마 걔네 집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야.
할머니가 모든 경제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 돌아가시고
그 건물 한 켠에다 까페를 차려줬대.
문제는 할머니가 맨 윗층에 사시는데
CCTV로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거야.
행여나 아직 젊으니 시집 갈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 엄마는 밤마다 수면제를 먹고 주무신대.
우리 엄마는 어떠냐구 묻길래
막 화를 내는 걸로 푸는 것 같다 했어.
친구의 소원은 로또라도 사서 당첨이 되면
하루빨리 할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거래.
엄마, 우리는 처음부터 엄마가 경제권이 있어서 다행인 거지?"
- 그래, 다행이다. 우리 같은 경우도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었지만
엄마가 빌미를 주지 않아 이나마 큰 간섭 받지 않고 사는 수도 있어.
계속 사람 좋은 행세를 하며 예전과 같은 생활에서 변해지지 않았다면
우리도 그 못지 않았을지도 몰라.
냉정하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지금처럼 거리 두는 걸 멈추지 않을 거야.
너희들 친한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가까운 데 있으니까 한 번 찾아가 볼까?
"엄마가 친구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내 친구의 엄마니까....."
아빠 없이, 남편 없이
평범하던 일상이 낯설게 변해버리며 겪어내야 하는 고통을
풀어나가는 방법 또한 모두 일괄적이지 않다.
그래, 이나마 우린 다행이지.
남편도 없는데 이것저것 다 참견해 마음까지 다치게 하는 일이 있으면 어쩌라구.....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