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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택배아저씨에게 가장 한가한 요일이 언젠가고 물었더니 월요일이라고 했다. 흩날리는 벚꽃의 잔상을 따라 어느새 닿아진 곳, 아직 그곳의 벚꽃은 뭉게구름을 연상할 만큼 오지게 퍼져 있었다. 주차장에 어떤 차도 놓여져 있지 않은 걸 보면 이곳도 역시 오늘 같은 ..
엄마인 나는 날마다 날마다 어제 보다 작아지기 위한 대책으로 웃음기 없는 하루를 보내려 하지만 나의 아이들은 날마다 날마다 어제보다 한 뼘씩 큰 꿈을 꾼다. 베란다에다 상추도 심었으면 좋겠다고, 방에다 커텐도 새로 했으면 좋겠다고, 오래된 이불을 꺼내어 이만 버리자고도 하고, ..
새벽에 큰 딸과 의견 차이로 다툼이 있었다. 휴일도 없는 일을 멈출 수 없어 이른 새벽 서둘러 나오려다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아이와 속이라도 풀어 보고자 뜬금없이 세탁기에 세제가 왜 남아 있느냐? 네가 새로 넣었던 거냐고 물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아이, ..
어제는 이 넓은 도시에 혼자 있는 것 같았다. 자식이 셋이나 있으니 필요로 할 때면 언제가 되었든 제일 먼저 내 맘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건만 그건 그저 꿈일 뿐이다.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낸들 그들이 아주 훌륭한 우리 엄마라고 표창을 줄텐가.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데 허둥지..
"울지마 톤즈 - 이태석 신부" 영상을 보고 내내 눈물이 흐른다. 갑갑한 사무실에서 탈출하고 싶은들 나 혼자니 그리 할 수도 없고, 죽으나 사나 정년의 날짜도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로 정해 놓은 이상 내 있는 곳이 놀이터도 되고, 잠들기 전까지 또 다른 집일 수도 있고 우선은 그런..
사람이라고, 누구나 다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어느 신부님이 말씀을 하신다. 진정으로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저 들어주고, 보듬어 주는 고운 심성의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정신과 의사도 무조건 올바른 조언을 하는 것도 아니니 사람 만나는 것도 골라서 잘 ..
중간고사 시험이 끝난 큰 딸은 눅눅해 뵈는 이불을 죄다 꺼내서 빨아 널어 놓았다. 방랑자 근성이 있었던지 지방으로 날아간 둘째는 벌써 한 달이 지났건만 집에 오겠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고, 그 아이에겐 지금 그 상황이 아주 좋은가 보았다. 중3 막내는 중간고사 시험을 쭈욱 이어서 ..
하릴 없이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들을 이렇게라도 적지 않은들 누가 뭐라나. 오전 내내 김광석의 노래를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가 많았다. "나의 노래" "먼지가 되어" 그가 떠나면서부터 팬이 되어버린 가수, 삶의 방향이 바뀌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더러 바뀌기도 했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