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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만 되어도 날이 훤하게 밝으니 깜박 여섯시 인 줄 알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라니? 아시는 분이 도저히 답답해서 못 견디겠었는지 "나 정말 경남 합천에 가기 싫어. 얼마 전 내 오빠가 살고 있는 그 곳에 놀러 갔다가 덜컥 집 계약을 하고 왔잖아? 내 나이 예순 여섯인데 ..
나와 가장 가까워 하루에 한 번씩은 반드시 전화통화를 해야만 하는 둘째 언니의 나이는 예순 여덟살, 그렇게 내게 연연하는 고마움을 감히 성가시다는 핑계로 가끔은 전화벨이 받을 때까지 수도 없이 울려 대도 들리지 않을 곳으로 더 멀리 멀리 도망을 치기도 했었다. 도망을 간들 어디..
전화번호 앞 번호를 바꾸면 누가 모를 줄 알고? 목소리가 그 목소리인 걸, 지금이라도 독촉을 해서 미처 받지 못한 미수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둥둥 떠나보내기로 작정하면서 그들이 먼저 미안해 하며 연락을 하기 전까지 내 쪽에서 알은체 하지 않기로 했건만 가끔 어떤 이..
커텐을 드리우고, 아늑한 방 만들기에 성공을 이룬 세인이는 이번엔 다빈이 방, 거실까지 욕심을 낸다. "엄마 인터넷으로 잘 골라서 멋지게 해 놓을테니 허락만 해요." - 믿을만 하니 어디 근사하게 꾸며 봐. 엄마는 시간이 없으니까.... 너라도 그리 한다면 좋은 일이지. 아이가 분위기를 ..
5월의 편지 - 소리새 사월은 가고 꽃은 피는데 그 님은 오지 않고 그리운 날 또 다시 찾아온 오월의 편지 철새 따라 멀리 갔던 그 님의 편지는 그리운 날 또 다시 찾아와 나의 마음 달래주네 봄 여름은 가고.. 꽃잎 떨어지면 철새 떠나가고 봄이 오면 또 다시 찾아올 오월의 편지 철새 따라 ..
환경이 사람을 그리 만든다는 말,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말이지만 오해가 이해로 풀리기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 나 지금 신촌에 있는 학교에 강의 들으러 왔는데 막내이모 본 것 같아. 여러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지나가는데 엄마가 표현했던 것 처럼 성격이 이상한 것 같지도..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 원만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것을... 할머니와 고모가 아빠만 못 살게 굴었지 엄마한테는 직접적으로 그러진 않은 것 같은데 엄마는 왜 그리 싫은 거예요? 본전도 건지지 못할 돌직구였다. 아빠가 괴로웠다면 엄마는 그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있었을까? 우린 ..
조영남_모란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