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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하나가 아침부터 심란해서 어쩌지 못하겠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다. "언니, 나 어떡하냐? 친정엄마가 이렇게 싫을 수가 있어. 엄마를 만난지 한참 되었는데 어제 저녁에 전화가 온 거야. 왜 너희 집에 날 안 데려가느냐, 더러운 년이라면서 독설을 퍼붓고는 전화를 딱 끊는 거야. 언니 ..
수입이 100에서 90으로, 90에서 다시 80, 70, 50으로 떨어졌다. 다들 힘든 세상, 어려운 여름이라고 한숨 쉬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허황된 옛날을 꿈꾸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고, 이렇게 마음 비우기가 한꺼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계단식으로 깎아내리다 보니 충격 또한 수월..
빵집을 하는 사촌 언니에게서 한 아름의 빵을 챙겨 와야 하니 "엄마, 나 좀 데릴러 오세요. 버스타고 가도 되는데 케잌까지 있어서...." 그 곳이 잠실대교 끝자락, 이 저녁에 둘째를 데리러 가게 된다면 오늘 나는 같은 길을 두 번 가게 되는 셈이 된다.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을 켜지..
느닷없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도착한 곳은 송파의 어느 병원. 동생이 가끔씩 피곤할 때 맞아 두곤 하는 영양제 주사를 맞잔다. 볼모로 잡혀온 사람처럼 이 나이에 새로이 차트를 만들고, 생년월일을 적고.... 의사인 동생 친구가 의아한 듯 묻는다. "언니, 그럼 아이는 어떻게 낳았어요? 이..
여름이라 자정까지 영업을 하길래 마감시간 30분을 앞두고 집 근처 롯데마트엘 갔다. 대전에서 하숙생활을 경험한 둘째는 집에 오니 좋은 점을, 그곳에선 계란후라이 하나를 해 먹으려 해도 계란이 있으면 후라이팬과 식용유가 없고, 김치볶음밥을 해 먹으려면 후라이팬은 있는데 김치와..
사람들은 위한답시고 다짐 하나를 둔다. 이 세상 믿을 사람 없으니 속에 담고 있는 말 전부를 절대 하지 말라고, 아무리 친하다 해도..... 술에라도 흥청망청 취해 본 일이 없으니 그것 만큼은 누가 뭐란들 자신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를 생각하는 그들은 올곧은 목표물 하나 행여나 그르쳐..
오늘같은 날엔 김수희의 노래가 어울릴 것 같다. "지금도 창 밖엔 비가 내려요. ....... 그대여 갈 땐 가더라도 지금은 가지 마세요. "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전화번호를 훑어내려간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흡족한 마음이 될까? 이럴 땐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우울에서 이겨내는 일이다. ..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 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