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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서쪽하늘에서 남자가 읊조린다. 비내린 하늘은 왜 그리 날 슬프게 해. 비가 오는 건 그녀가 오는 거라고 했다?.... 한바탕 퍼붓는 폭우 속에서 성큼성큼 그 사람이 걸어왔으면 좋겠다. 별무리를 둘러싸고 광채가 없으면 어떤가. 밥 한 술 뜨는데 숟가락의 쇳소리가 따그닥 따그닥.... ..
큰 언니도 없고, 둘째 언니도 없고..... 막내의 표정을 보니 하루 이틀 이 해방감을 어찌 만끽하나 시험도 끝났겠다, 마음이 무척 바빠 보인다. 그래서 한번 물어봤다. "언니들 없으니 다빈이 좋으니?" - 당연하죠. 그걸 말이라고요. 노트북, 넷북 두 개를 탁자 위에 늘어 놓고는 아무래도 해..
오늘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인데 중3 막내에게서 연락이 올 법도 하건만 감감 무소식이다. 극성스런 엄마도 못 되면서 막내에게 무심코 기대를 건다. 그보다 먼저 영어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오늘 시험이 무척 어려웠네요. 지난 번 조금 쉽게 나와서 선생님들께서 작정하고 어렵게 내셨더..
어제는 검은색의 나비가, 오늘은 하얀색의 나비가 허리춤의 높이에서 너울너울 춤을 춘다. 괜한 집착을 보인다. 혹시나 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도 해보려고 했다. 비 그치고 난 축축한 날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에 그리움을 가장한 나의 헛헛함은 하..
1,000원이 더해지고, 다시 2천5백원이 더해지다, 이젠 오백원, 다시 2천원으로 마무리? 이젠 다 된 것인가? 그럼에도 무사히 도착했으니 일단 한숨 돌리고.... 한 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두 시간을 훌쩍 넘어 약속 시간에 늦게 생겼으니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인 큰 딸이 3박4일 ..
아침 일찍부터 경기도 의정부를 지나 양주엘 갔다. 새벽 다섯시 반, 조수석만 남겨 두고 박스로 가득 채운 나의 자동차가 제법 묵직하다. 남편이 있을 때부터 사무실 일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동민엄마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하니 선뜻 그 시간에 조수석을 챙겨 앉아 주었다. 이른 시간..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생각했을 때의 감정과, 받은 상처에서 해방되었을 때의 감정이 이렇게 다른가. 물론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폭풍이 내리칠 거라는 예보가 언제 있었다고 온통 비바람이다. 구조가 허술한 아파트 어느 층에선 방충망이 날아서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그라졌다...
"어머니, 용돈을 입금시켜 주십사 합니다." 여름방학이 되어 집으로의 귀환을 꾀한 둘째 아이의 간곡한 청이라며 몇 번에 걸친 카톡 문자, 가엾은 이모티콘까지 곁들여서... 매월 1일에 입금시키기로 약속을 했었어도 이번엔 집에 있으니 생략해도 될 줄 알았건만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