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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를 가득 먹은 자동차가 방전되었단다. 20여일 그냥 세워둔 것이 원인인지, 이번의 긴 장마 탓인지... 동부화재 푸르미를 불렀다. 여섯 번 서비스 중 한 번을 쓰는 것이니 부담은 없다. 호스 하나 연결해서 간단하게 바퀴 밑 어딘가를 찝었더니 시동이 걸린다. 이대로 30여 분 시동을 건 ..
아침 내내 찾아 헤맸다. 머그컵 하나, 사무실에 도둑이라도 들었나? 어제 하루동안의 동선을 기억해 내 걸음을 이리 저리 옮겨도 보았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컵을 들고 혹시나 자동차에라도 갔던가 해서 그리로 가 보았건만 역시나..... 소중한 컵 하나를 잃어버렸다. 아니, 어제 오후의 ..
싸움이 났다. A동의 204호와 B동의 303호와..... 내가 아는 이웃 아파트 누구의 소리가 옳은지, 그들의 목청은 삿대질과 어우러져 기어코 담판 낼 기세로 한바탕 난리굿을 했으나 수십 개의 눈에 눌려 이내 꼬리를 접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마치 선데이서울의 한 장면이다. 알맞게 비는 떠..
1월에도 12월을 꿰어낼듯 노련한 삶을 따라하는 나, 길고 지루한 장마 중에도 아직 오지 않은 태풍을 걱정한다. 아직 노인도 아닌데 노인 같다. 폭우에 휩쓸려 내려간 화물차를 구조해 냈다며 운전석에 타고 있던 남자를 70대 남성이라고 표현해 내는 뉴스 자막이 이런 나에게 혼낼 채비를 ..
하루는 웃었다가, 하루는 울었다가 매번 한결같이 웃기만 해도 미친 사람 같다 할 것이고, 매번 넉 놓고 울기만 해도 실성했다 할 판인데 이렇게 웃다 울다를 반복하면 걸지게 한판 잘 살아내는 중이지. 은근히 소리없이 랩에 심취한 막내가 일요일 오후, 살그머니 사라졌다 밤 열 시에 나..
삶의 슬픔 / 마광수 옛날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소년은 ---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청년은 --- 내일이 오늘만큼은 되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중년 남자가 살았습니다 중년 남자는 --- 내일이 오늘만큼 못 될까봐 걱정하며 ..
주민등록등본 한 통이 들어 있는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제일 큰 언니의 아들인 마흔 넷, 조카의 것이다. 혹시나 하고 부탁한 것인데 그들은 나를 끔찍히 위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시청에 제출해야 할 서류는 이제 차고 넘치게 되었다. 어제는 넷째 언니가 ..
이 곳은 깊은 우물이다. 행여나 슬픔을 잊어버릴까 다시 찾는 그런 우물. 다른 듯 같은 사람이 우물 아래 나의 얼굴이 되어 눈물을 이루고 바튼 바닥을 가득 채워내는 그래서 영원히 마르지 않을 나의 다른 삶이다. 두레박을 던져 첨벙 소리 한번 듣자고 귀를 기울인다. 어떤 사람은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