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멸하면서도 슬그머니 보는 TV프로가 하나 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마당, 함께 시청하는 사람도 없건만 야한 동화를 훔쳐보는 것처럼 조심스레 낯을 가리고 두 눈만 살짝 드러내면서..... 수요일 아침이면 5,6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제2의 인생을 스스럼..
남양주 마석에 사는 친구는 집집마다 방문 과외를 하는 친굽니다. 예전엔 학생들을 집으로 오라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크니까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직접 가게 되었다고, 그런데 연락도 없이 한 군데가 펑크 나 버려서 한 시간의 공백을 어찌하나 그런 중 내게 전화를 하게 된 거지요. 어..
"살아 보니 잘못 없이도 불행과 대면하는 수가 있더라" "남아있는 사람이 가여울 때가 있더라" "이상하게도 너 없인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 지금까지 그럭저럭 견뎌왔고, 어제 뉴스에 나온 분(탤런트 남윤정)처럼 남편의 죽음을 못 견뎌 자살을 택할 명분도 내겐 없었다." ..
머리를 다듬으러 미용실엘 갔다. 맘 좋게 생긴 여자는 나보다 한 살 위로 52세라 했다. 내일 모레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군대를 가서 시원섭섭한데 그 놈의 아들은 에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 한 마디 건네는 일이 없단다. "딸이고, 아들이고 무슨 소용 있어요? 속 알아 주나요?" 어느..
생각은 길게 그러나 결단은 최대한 짧게 중3 막내가 다니던 학원을 끊고 왔다. 익숙한 환경이 때론 독이 된다나 뭐라나? 수학학원 선생은 아직 초보라 정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했고, 영어학원이야 내신 때문에 들고 나는 학생이 워낙 많아 별 다른 느낌이 없었고, 내가 물었다. "그 학원 ..
이 놈의 날씨가 늘 말썽이다. 마음을 시시각각으로 저울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 일찍 어제 불려 놓은 녹두 껍질을 비벼 씻어 내렸다. 하룻밤 새 콩나물처럼 꼬리가 길게 자랐다. 더위 탓인가? 냉동실 청소를 하다 오래 된 것 같길래 담가 놓은 것이지, 마땅히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은..
성악가가 될 것도 아니니 목소리 톤을 높여 제대로 목이 쉰들 아무 지장이 없을 터, 그럼에도 불편하다. 지난 저녁 퇴근해서 그 때까지는 아무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아이 셋이 거실 한 가운데 모여 모처럼 의좋은 자매의 모습을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었는데 그 놈의 학원에서 걸려온 전..
여름,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가 "여름 휴가 언제 가느냐?"라고 묻는 것이다. 그저 지나치는 인사인 줄 알면서도 고립되어 건너지 못할 강 저편, 건너 뛰어낼 힘은 고갈되어 무슨 소린가고 한참을 쳐다 보았다. 작정을 하고 보면 계곡도 있고, 푸르른 바다도 있고, 내쳐 질러 한달음에 어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