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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월, 그저 그런 나나의 글 2013. 8. 3. 12:42
남양주 마석에 사는 친구는 집집마다 방문 과외를 하는 친굽니다.
예전엔 학생들을 집으로 오라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크니까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직접 가게 되었다고,
그런데 연락도 없이 한 군데가 펑크 나 버려서 한 시간의 공백을 어찌하나
그런 중 내게 전화를 하게 된 거지요.
어제는 문득 그러대요.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보톡스라도 맞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체력도 딸리고, 자꾸 위축되는 것 같고..... 슬프답니다.
제 아무리 자신만만한 친구여도 나이 앞에 장사가 없는지 슬프단 표현을 씁니다.
슬프긴? 나 만큼 슬픈가? 속으로 웃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분명 등급이 있긴 해. A=A, B=B, C=C, D=D 절대 불변인 거 같아.
A와 B가 결혼할 확률은 거의 제로, 우리도 집이 두 채 있지만 하우스퓨어잖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아들이 군대를 갔다 오고, 복학을 해서 3학년, 아래로 딸은 고2
돈은 끝도 없이 벌어대야 하니.....
전화 통화 중임에도 자꾸 시간을 묻습니다.
"지금 몇 시냐?" 이렇게요.
다음 타임에 방문할 집이 있는가 봅니다.
전화를 끊고 거울 한번 들여다 보았습니다.
늘 익숙한 얼굴이지만
아이들이 앨범에서 끌어내 카톡으로 옮겨 실어온
5년 전의 얼굴과 10년 전의 얼굴과는 많이 다르긴 하네요.
윤기 없고, 푸석푸석하기 이를데 없는
거기다 우리를 일컬어,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것이란 표현을 썼던
친구의 말이 우렁차게 되새김질 되어 오후가 급격히 우울해졌습니다.
우울이 밀물처럼 덮쳐오면 기어코 나는 그것을 내 탓이라 하지 않고,
그 사람 탓으로 미뤄 버리곤 합니다.
영혼까지 팔아버릴 듯 횡설수설,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대다가
툭 하고 끊겨진 적막감이 못 견디겠어서
허둥지둥 대안을 찾아 낸 끝이랍니다.
지나간 시간으로 터득한 학습법에 의해
불안한 미래는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그저 일상으로
배짱만큼은 두둑해졌으니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으려 해도
사람따라 모양이 다르듯 울림 또한 다른 것처럼
떠들다가도 상처를 받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도 상처를 받고,
무수한 무리 속에서도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이 모든 것을 다 그의 탓이라 하니 나 또한 그저 그런 사람입니다.
이제 그만 내 탓으로 돌려도 좋으련만
탓으로 하기가 부족한 힘 세우는데 도움될까
이 미련함 버리긴 정말 싫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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