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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리듯 가는 삶도 삶이다. '눈물이 흐를까봐 입술을 깨물면서....'로 시작하는 노래, 가수의 이름은 이춘근. 하루종일도 모자라 벌써 일주일째 중독 상태로 이 목소리에 빠졌다. 고개 하나 넘을 때마다 심장 박동은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었다 사그라 들기를, 이도 만성이 되었는지 찔끔 ..
오후 다섯 시, 큰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와 있을 시간.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곧 어둑어둑해지겠건만 아직 연락이 없다. 아침 일찍 나오는 길, 김치통 두 어 개와 배즙이며, 홍삼이며, 감이며, 떡이며 어머님께 드릴 모든 것들을 차 드렁크에 잔뜩 실어 두었음에..... 내쳐 가 주..
"달력을 몇 개나 드릴까요?" 한 개만 달라고 할랬는데, 물어보니 욕심이 났다. "세 개요." 은행에서 받은 달력을 걸어 두면 부자가 된다 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목요 장터에 들러 미역도 사고, 톳, 다시마, 청각 등을 닥치는대로 샀다. 피를 맑게 해 주고, 혈압, 당뇨 등..
독한 약에 취해 본 사람은 안다. "언니, 00 후배 알지? 죽었대. 지금." 그 역시 암이었다. 어떡하냐? 그런 말은 무의미하다. 시기를 당기고 늦추고 여부에 따라 사는 날이 길었을 뿐, 산다고 살았을까? 긴 허무 전이되어 슬픔 한자락 보태는 것으로 그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침묵은 잠시,..
완전한 사람 하나 세우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켰다면? 가혹하다. 부족해도 좋을 둘이 간절한 줄 만인이 아는 것을.... 왜 하필 나였어야만 했느냐 악다구니로 대들면 억울함 또한 네 갈 길 이었다? 이제 답은 자꾸 그리로 쏠린다. 힘주어 주먹을 꽉 쥔 손, 책상을 냅다 내리 찍어 퍼런 ..
이대로 달걀 껍질을 깨 부수고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껍질은 단단하기 이를 데 없이 응고되어 더 이상 늘려잡을 수 조차... 얄팍한 껍질 안이라도 빛이 없으면 깜깜한 밤이다. 웅크리고 들어앉은 몸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 곧 터지기 직전, 그래도 그 껍질을 건드리기는 두려웠다. ..
거품 가득한 까페라떼 한 잔으로 침침하게 누적된 피곤이 해소되려나? 되지 않을 일이다. 기어코 동생이 마시러 오랜다. 햅쌀로 가래떡 한 말을 뺐다. 얼떨결에 사과도 사고, 귤도 두 박스를 사는 바람에 나눠주지 않으면 큰일 나게 생겼다. 내겐 이상한 습성이 있다. 어떤 것이든 일단 사 ..
"아! 엄마, 하숙집에서 신발 도둑 맞았어. 내 나이키 운동화." 일학기 때부터 시나브로 신발 도둑이 들어 조심한다고 안에 들여 놓았다가 이학기 되어서 내 놨는데 아뿔싸, 내놓기가 무섭게.... "하숙집 안에 있겠지? 벌써 여학생들 것만 10개째야. 범인, 아줌마한테 부탁해서 기어코 잡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