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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철저한 사람이 어딨다고 장담하고 산 대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바람 앞에 선 나무처럼 때때로 나는 어처구니 없을 바보가 되기도 한다. 그 바보란 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날 염려하고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으로 달리 해석하니 썩 얹짢은 것만도 아니긴 하지만.... 헐렁..
돌아 보니 온통 사람이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서 흘러온 것일까? 가로 막고 있었던 둑이 제대로 뚫린 것처럼 일년 중 끝 달, 12월에 몰아서 묻는 안부에 사람이 치인다. 이 달이 지나면 곧 죽어나갈 사람들처럼.... 원하는 만큼 다 차지하자면 날짜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마음..
이만원을 드려야 할까? 일만오천원을 드려야 할까? 망설였던 수고비에서 오천원만큼 내려잡았다. 이제부턴 무턱대고 선심을 쓸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든 적당한 선에서 주고 받을 고마움에 따른 가치를 그리 책정해 두었다. 분초를 다투며 빨리 가야 한다고 서두르지 않는 예순 다섯의 ..
그가 없는 자리에 채워진 다른 하나, 동생이 되었다. 오해와 이해의 언저리, 뭉뚱그려 화해라 이름 하면서... 그것을 감히 신의 계시처럼 감사한 자리바꿈으로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그럴싸한 것이 왜곡된 시선은 나의 잘못일 수도 있음을 발견하고 말았다. 못다 썬 유자를 마저 썰기 ..
무지하게 힘들었던 겨울, 왜 내게만 있는 것이냐고 사는 내내 푸념으로 일관했더라도 한방에 봄날이 찾아들면 이전 것은 오늘이 있기 위한 포석 쯤으로 순식간 다 좋은 해석이 되고 말지. 그 좋은 봄날, 혼자서 어깨춤을 춘들 봐 줄 사람 없으면..... 그래서 주변에 사람을 만들어 두어야 ..
해마다 이맘때 쯤 2박3일간 친정 서천까지 가서 김장을 해 가지고 오는 그녀의 집에 들렀다. 그녀는 남편의 친구 부인. 늘 한결 같아서 고마운 사람. 가끔씩 그녀 몰래 나 혼자서 배반을 하기도 하지만 나무처럼 한 자리에 있는 올곧은 사람. 그녀의 김장 이야기가 궁금했다. 올케 두 사람 ..
아롱사태 두 근을 샀다. 된장을 넣고, 양파를 넣고, 사과를 넣고는 한 시간 십분 쯤 푹 끓이면 얼추 적당히 익을 것이다. 집중해서 좋아질 수 있는 것들은 생각해 보니 널려있다. 막간을 이용해 고구마도 굽고, 무 초절임도 해 두고, 또 무엇을 할까?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 움직거려 ..
하룻동안 수도 없이 카톡 연락을 하는 동생이어도, 웃고 떠드는 소통 쯤이야 무난할 지언정 내색하지 못할 감정은 따로 두었다. 아침 저녁으로 수도 없이 근황을 밝히는 언니여도 그 소식이 풀풀 날려버리고 싶은 먼지처럼 시시해 미치겠는데 고흥유자 한 박스를 샀다고 일부러 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