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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사는 중에도.....
    나의 글 2013. 11. 14. 15:08

    "달력을 몇 개나 드릴까요?"

     

    한 개만 달라고 할랬는데, 물어보니 욕심이 났다.

    "세 개요."

     

    은행에서 받은 달력을 걸어 두면 부자가 된다 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목요 장터에 들러 미역도 사고, 톳, 다시마, 청각 등을 닥치는대로 샀다.

    피를 맑게 해 주고, 혈압, 당뇨 등등에 좋다는 말을

    판매원이 쉬지 않고 했어도,  염증에 좋을 거란 말에 가장 솔깃했다.

     

    아는 여자 하나,  남편의 감기가 열흘이 지나도록 나을 기미가 안 보인다며 걱정이 가득이다.

    문득 내 생각이 나더란다.

    "자꾸 쳐지고, 입맛도 없는 것 같고....  혹시나 해서.  가족력이 있거든요."

    초조한 눈빛으로 급하게 자기의 나아갈 바를  줄줄이 꿴다.

    "그렇잖아도 시골에 땅이 있으니, 이만 내려가라 할 참이예요.  시원한 공기 마시고 쉬도록...."

    어떤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닌데 성급히 중병을 예단한다.  가족력이 그토록 무서운가?

    - 그보다 얼른 큰 병원부터 가요.

     

    먼저 맞은 예방주사 덕택으로 허둥대는 이들에게 해줄 말도 많다.

     

    오전 내내 은행으로 시장으로 한 바퀴 휘,  돌고 왔어도 웃을 일 하나 없는 날,

    이상하게 오늘은 그렇다.

     

    아침 일찍부터 부음 소식이 두 건이나, 있었으니....

     

    일러준 계좌번호로 조의금을 일단 보내고 보자.  속초까지 가는 건 무리수.

    연세 드신 어머님이라는데,  스마트폰 밴드에선 보이지 않는 목소리들로 떠들썩이다.

     

    남은 사람 슬프고 허전하겠다, 어쩌다가? 마음 아프겠다,  이제 힘이 없겠다 등등의

    위로차 건네는 언어들이 줄을 이었건만, 난 한 마디의 글을 달지 않았다.  

     

    늘 그렇듯 자신의 일상에 너무도 충실한 둘째 언니의 전화,

    "내 친구가 네 소식 물어 보길래, 잘 산다 했다.  죽은 제부만 불쌍하지. 아니, 너도 불쌍하지만....

     나이 들고 몸이 아프니 왜 이리 엄마가 생각 나냐?" 

     

    엄마?  그가 떠난 이후 내겐 잊어버린 이름이 되었는 걸.

    감동도 없을 넋두리가 참으로 길기도 길다.

    죽자 살자 위로랍시고 하면 뭐하나?  진정성이 제로에 가까운 안부.

    잊어 버릴만 하면 툭툭 건드려 귀한 소재인양 끌어내는 잔인함.

    지들 끼리 한 말을 내게는 뭐하러?  그냥 두지.

    이래 뵈도 난 언제나 넉넉한 마음일 거라고 너무 믿는다.

     

    심장이 발병난 것처럼 두근 두근,  듣기 싫은 소리는 이토록 사람을 아프게 한다.

     

    사람들은 잊어버리길 잘 한다.   삼가야 할 것들에 대해....   

     

    덕분에 우울은 산이 되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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