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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조차 떼지 않은 핑크빛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비스듬히 포즈를 취한 채 웃고 있었습니다. 무작정 올라만 가야 하는 언덕길에서였습니다. 누군가 물을 뿌렸는지 알 순 없었지만 내 옷 소매엔 물로 흥건하고, 적셔진 소매를 닦아내느라 정신이 없는데, 무리 지은 행렬 속에서 몇 몇..
50이 넘으니 공통으로 관심사가 되어지는 것들이 머리 염색은 하느냐, 돋보기나 안경은 쓰느냐, 안 쓰고 다닌다면 렌즈를 끼었느냐.... 물론 염색은 기본이지요. 머리카락 전체가 흰 눈으로 뒤덮이든가, 새치만 약간씩 있다든가, 뿌리만 염색을 한다든가, 구구절절한 변명이 무슨 필요랍니..
인쇄소에 글씨 큰 달력을 매년 3백부를 맞췄다가, 다시 2백부로 맞췄다가 이번엔 백 부만 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견물생심이라고 한가득 쌓여 있는 걸 보면 하나만 가져 갈 것도 두 세개를 덥썩 집어 가게 마련이어서 나름 머리를 썼습니다. ..
그러고 보니 한참만이었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세월이 그만큼 흘렀는지도 잊었을 터인데..... 엊그제가 어느새 이렇게 흐르는 세월을 살면서 갖가지 사연은 수월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50대 중반의 남자가 필요한 물건을 차에 싣고 계산을 마친 후, 그냥 가기 서운한지 무슨 ..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사노라 애쓴 흔적 그저 오래 전 일이었느니 가을 여운 따라 후두둑 쏟아지는 낙엽이나 방석 삼아 푹신하게 늘어진 낮잠이라도 자 둘까? 이 계절에 누릴 수 있는 것들만 차곡차곡 챙겨서 가자. 전라도 보성에서 보내온 시골 언니의 우직한 감나무에서 이사 나온 ..
한달 전에 있었던 차 사고는 완전 정체 상태에서 뒷 차의 졸음 운전이 원인이었다면, 오늘 아침 내가 저지른 이 사고는 무엇이 원인인가? 하릴 없이 생각이 많아 잠이라도 부족했었나? 엎어지는 국 냄비를 고쳐 세우겠다고 운전대 잡은 손을 그리 허술히 대하다니... 여름장마비처럼 쉼없..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보자........ 그 언제 들었던 노래인지, 가물가물했는데 역시 부르는 소리는 한돌이란 가수의 목소리가 가장 좋더군. 노랫말처럼 홀로 아리랑이라고 외로워 말자. 누군들 혼자가..
도무지 실수라곤 할 것 같지 않던 올해 일흔 하나 된 둘째 형부가 어제는 그야말로 기초적인 보이스피싱을 당하고는 은행으로, 경찰서로 ...... 나이가 들어 그런가? 너무 자신을 믿어서 그런가? 통장에 육백만원 정도 들어 있었다는데, 아침부터 어떤 상냥한 여자가 살살 녹이는 목소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