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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의 마지막 눈이라 표현했다가 보니, 길지도 않은 열 두달에서 처음이 어디고 나중이 어딘가? 어느새 3월이 머지 않았다. 뒷짐 느슨하게 두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는 세월이라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도 그런대로 쌓인 눈 차들 속으로 합류하다 보면 삶의 무게일랑 달리는 바람..
삼성 서비스센터에 들러 휴대폰 칩이 망가진 것 같으니 어디 좀 고쳐 주십사 물었더니 번호표를 뽑고 잠시 기다리라길래 시키는대로...... 곧 대기 번호를 일러줄 것이란다. 언제나 여직원은 친절했다. 비록 사무적이긴 했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간 탓인지 11번 앞에 가 앉자 마자 내 순서..
그러고 보니 은영 엄마가 서천 고향에서 갖고 왔다며 김 세 톳을 준 날이 언제였지? 날짜를 한참 되짚어 보았다. 그러면 그런가 보다 지나치면 그 뿐인 것을 오전에 휴대폰을 고치러 가는 길, 라디오에서 야구해설가 하일성의 주관적인 생각을 듣자면 성질 급한 다혈질인 B형이 나름 완벽..
아침에 나오는 길,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온 그 길이 많이 낯설 줄 알았는데 미끄러지듯 익숙하게 굴러가는 자동차의 네 바퀴가 어제와 이어진 것처럼 많이 편안했다. 마치 하룻날의 여행이었던듯 ..... 다시금 일상은 내게 준 건강함으로 감사의 시작이다. 욕심을 내 버리고 케세라세라! ..
쉬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고, 차마 쉴 수 없었던 한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 보면서, 고단함의 연속을 자청하지 않고 살 수 있기도 한 것을..... 인생의 길이란 치열하게 정해 둔 목표물을 더 높이 높이 쌓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다가 허물어뜨리며 가기도 하는 것. 아픔이란 사람을 많이 힘..
법원 집행관실 여직원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 전후 사정을 미루어 짐작한 배려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떼일 뻔 했던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예요. 쉽지 않은 일인데...." -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하루 중, 무의식 중에라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참 많이 쓰..
얄궂은 날이다. 점심 무렵, 차가운 배 몇 조각을 먹은 게 이리 탈을 일으키다니..... 병도 전염이 되는가? 전 날, 큰 얘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던 증상과 아주 비슷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을 앞에 두고 다가가기조차 두려운 떨림은 평소 나 같지 않아서 겁이 나기도 했다. 몸은 거짓말을 ..
산 쪽 담벼락에 걸려 있던 현수막 하나가 방금 전까지 보이더니 어느새 없어져 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출근한 관리소장이 영문 모를 얼굴로 되묻자 동 대표가 하는 말이 "재건축 승인 허가 났다고, 또 거짓말 하는 거지. 조합장이 잡혀 갔는데 허가는 무슨 놈의 허가? 다시 조합을 결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