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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월의 덕나의 글 2014. 11. 6. 15:45
그러고 보니 한참만이었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세월이 그만큼 흘렀는지도 잊었을 터인데.....
엊그제가 어느새 이렇게 흐르는 세월을 살면서
갖가지 사연은 수월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50대 중반의 남자가 필요한 물건을 차에 싣고 계산을 마친 후,
그냥 가기 서운한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듯 머뭇거리다가
"요즘도 허전하지요?" 대뜸 묻길래
새삼스러워 쳐다 보니, "저희 집사람도 떠났어요. 지난 4월에요."
어쩐지 안 보인다 그랬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어쩌면 이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저 무사한 줄 알았을 것이지만
말을 안 해 모르지, 침묵으로 견디는 일에도 한계가 있긴 하다.
견딜만 해지니까 말문도 트이고, 혼자서 장애인 같던 마음도 줄어들고,
의기소침하게 기죽을 것 없이 강건해지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좀더 오래 된 경험자라고 임의롭게 말을 틀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할 일 많은 이 쪽 사정은 아랑곳 없이 그 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 놓기를....
답답한 속내 어디라고 털어놓을 수가 없었단다.
자식이 아내와 같지 않고, 형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닥치는대로 산을 찾았더니 어느새 도토리 주워 모은 것이 100키로나 되었다며
씁쓸히 웃는다.
"혼자 있다 보면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내가 먼저 죽을 줄 알고 보험을 잔뜩 들어놨는데 엉뚱하게 아내가 먼저 갔으니....
마지막 말도 못해 봤어요. 뇌출혈로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55세면 참 아까운 나이 아니요?
이제부터 재밌게 살 나인데. 얘들 다 키워 놓고...
아! 글쎄, 바로 위 처형이 작년에 혼자 되어서 우리 부부가 얼마나 위로를 해주었는데
막상 내가 이렇게 되니 신경도 안 쓰고 외면을 해서 참 서운하대요. 그것도 윗 층에 살면서...."
구구절절 할 말도 무척 많다.
다 겪고 난 이야기일지라도 그에겐 미처 모르는 오해가 있더군.
- 서운히 생각 마세요. 그 분이 남이었다면 오히려 위로를 줄 수도 있겠지만,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또 복잡하게 얽혀진 생각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
더구나 나와 같은 사람을 바라본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니 서운해 마세요.
"그럴까요?" 이해할 것 같은 표정으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다들 아쉬운 나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욕심이지요. 조금만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램도.
아직은 힘들겠지만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도 떠날 것이란 생각,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
최선을 다해 살아왔으니 미련도 없다는 생각,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잘 돌보고 내일은 없다는 생각.....
고통을 이겨내는 일도 반복된 학습이 필요해요."
오지랖이 넓어서가 아니라 먼저 겪었다고 해 줄 말이 참으로 많았다.
무엇보다 같은 언어로 통할 수 있는 위로가 절실한 사람에게는...
하나, 둘씩 나와 같은 사람이 늘어나는 것에 대하여
그리 놀라지 않고 담담한 반응으로 대신하는 일은 톡톡히 본 세월의 덕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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