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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것....
    나의 글 2015. 2. 10. 11:56

    삼성 서비스센터에 들러 휴대폰 칩이 망가진 것 같으니 어디 좀 고쳐 주십사 물었더니
    번호표를 뽑고 잠시 기다리라길래 시키는대로......
    곧 대기 번호를 일러줄 것이란다.
    언제나 여직원은 친절했다. 비록 사무적이긴 했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간 탓인지 11번 앞에 가 앉자 마자 내 순서가 되었다.

    "칩이 아주 나갔네요. 고치려면 한 열흘 정도 기다려야 하고 수리비는 5만원입니다."
    - 이 기계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것은 없는지.
    "없지요. 아주 오래된 것이라서.....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대리점에서 하세요.
    여기서는 수리만 하니까요."
    -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 정도 할까요?
    "잘 모릅니다. "

    남자 기사는 하룻동안 정해 놓은 말만 하려고 작정한듯
    그 이상은 물을 수도 없게 뚝뚝 잘라서 대답을 했다.
    그 정도의 눈치는 나도 8단이라
    재빠른 판단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쯤 모르지 않기에
    얼른 일어섰다.

    단골 휴대폰 대리점으로 가야만 해결이 빠를 것이지.

    열 이틀의 여행 기간 중 몽롱했었던 시차 적응이
    가이드의 말처럼 사나흘째가 되니 개운하게 깨어나는 듯 했다.

    다시 나의 자리로.....

    숨차게 달려온 속 사정이야 알바 없이
    다시 한번 묻지도 않고,
    이와 비슷한 휴대폰은 없으니 새 것으로 교체하라고 매장 직원이 말했다.
    24만원이라나?
    "중고폰은 없나요?"
    - 이렇게 오래된 것과 같은 건 ......
    "그럼 새 것으로 바꿔 주세요."
    - 번호 이동하는 방법이 있긴 해요.
    대신 가지고 온 다른 휴대폰으로는 가능하거든요."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다 망가진 기계를 참 오래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진작에 바꾸어 쓰면 될 것인데.

    마지막 남은 유물? 의미를 두자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어도
    무용지물이 된 것을 고집하는 것처럼
    미련한 집착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쯤 또한 잘도 알아서

    그들이 하자는대로 두었다.

    011을 010으로 바꾸어 일의 절차가 다 끝나갈 무렵,
    대리점 여사장이 막 출근을 해서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찰나였다.

    "오셨어요? 왜 번호이동하시게요? 이 좋은 번호를....
    이 번호는 대리점 수준 번호예요. 저도 바꾸어서 후회하고 있어요.
    바꾸지 않고 하는 방법이 있으니 그대로 둬요. 아깝게. 오랫동안 갖고 있던 번호잖아요. "

    여사장이 내게 희망을.....
    거창한 표현이 좀 우스웠지만,
    또 다른 분신처럼 지니고 다녀야 할 듯한
    오래된 것에 대한 애착을
    다는 모를지라도 그 마음이 통한 것 같은 반가움이 맞았다.

    칙칙했던 블랙의 휴대폰은 선명한 자줏빛으로 재탄생되었다.
    물론 번호도 끝자리 0003으로 유지하면서.
    무엇이든 과감하게 처리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억지로 되지 않을 경우가 있다.

    참으로 별 것 아닌 일에도 이처럼 의미를 두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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