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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비스센터에 들러 휴대폰 칩이 망가진 것 같으니 어디 좀 고쳐 주십사 물었더니
번호표를 뽑고 잠시 기다리라길래 시키는대로......
곧 대기 번호를 일러줄 것이란다.
언제나 여직원은 친절했다. 비록 사무적이긴 했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간 탓인지 11번 앞에 가 앉자 마자 내 순서가 되었다.
"칩이 아주 나갔네요. 고치려면 한 열흘 정도 기다려야 하고 수리비는 5만원입니다."
- 이 기계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것은 없는지.
"없지요. 아주 오래된 것이라서.....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대리점에서 하세요.
여기서는 수리만 하니까요."
-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 정도 할까요?
"잘 모릅니다. "
남자 기사는 하룻동안 정해 놓은 말만 하려고 작정한듯
그 이상은 물을 수도 없게 뚝뚝 잘라서 대답을 했다.
그 정도의 눈치는 나도 8단이라
재빠른 판단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쯤 모르지 않기에
얼른 일어섰다.
단골 휴대폰 대리점으로 가야만 해결이 빠를 것이지.
열 이틀의 여행 기간 중 몽롱했었던 시차 적응이
가이드의 말처럼 사나흘째가 되니 개운하게 깨어나는 듯 했다.
다시 나의 자리로.....
숨차게 달려온 속 사정이야 알바 없이
다시 한번 묻지도 않고,
이와 비슷한 휴대폰은 없으니 새 것으로 교체하라고 매장 직원이 말했다.
24만원이라나?
"중고폰은 없나요?"
- 이렇게 오래된 것과 같은 건 ......
"그럼 새 것으로 바꿔 주세요."
- 번호 이동하는 방법이 있긴 해요.
대신 가지고 온 다른 휴대폰으로는 가능하거든요."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다 망가진 기계를 참 오래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진작에 바꾸어 쓰면 될 것인데.
마지막 남은 유물? 의미를 두자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어도
무용지물이 된 것을 고집하는 것처럼
미련한 집착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쯤 또한 잘도 알아서그들이 하자는대로 두었다.
011을 010으로 바꾸어 일의 절차가 다 끝나갈 무렵,
대리점 여사장이 막 출근을 해서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찰나였다.
"오셨어요? 왜 번호이동하시게요? 이 좋은 번호를....
이 번호는 대리점 수준 번호예요. 저도 바꾸어서 후회하고 있어요.
바꾸지 않고 하는 방법이 있으니 그대로 둬요. 아깝게. 오랫동안 갖고 있던 번호잖아요. "
여사장이 내게 희망을.....
거창한 표현이 좀 우스웠지만,
또 다른 분신처럼 지니고 다녀야 할 듯한
오래된 것에 대한 애착을
다는 모를지라도 그 마음이 통한 것 같은 반가움이 맞았다.
칙칙했던 블랙의 휴대폰은 선명한 자줏빛으로 재탄생되었다.
물론 번호도 끝자리 0003으로 유지하면서.
무엇이든 과감하게 처리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억지로 되지 않을 경우가 있다.
참으로 별 것 아닌 일에도 이처럼 의미를 두며 살아간다.'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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