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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_ (도종환 )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
아이 셋이서 소통하던 카카오톡에 엄마까지 합세해 이젠 삼각이 아니라 사각이 되었다.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갈팡질팡 속앓이더니 카카오톡 하나로 그들은 다시 나를 여왕자리에 앉혀 준 셈이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미흡하나마 엄마의 애쓴 흔적을 가상히 여겨 반갑게 그..
스마트폰으로 휴대폰 기기를 바꾸면서 둘째가 저장해 두었던 사진들이 속속 엄마의 카톡으로 보내져 왔다. 예전 어릴 적 새 집으로 이사가면 화분이나 세제를 사들여 오는 풍습처럼 한 놈은 집에서 사용방법을 알려 주느라 애쓰고, 멀리 있는 놈은 부지런히 갖고 있는 것을 퍼 나르느라 ..
이틀째 내리는 비는 마치 여름 장마비 같다. 병원에 입원을 하면 일주일을 넘기라는 이유가 보험회사에다 제출할 서류를 충족시키자는 것도 다른 이유가 되었다. 입원후 3일까지는 보험 적용이 안 되고, 8일간 아이가 입원해 있었으니 3일이후 부터 5일간 입원비로 꿈나무 보험에서 10만원..
있는대로 엄마의 화를 돋구는 큰 딸, 병실에 있는 것을 감안해서 될 수 있으면 참으려 했어도 도저히 안 되겠었다. 할머니가 병문안을 오면서 재활용비누 한 개, 상추 한 봉지를 갖다 놓았길래 무겁게 뭐하러 갖고 왔대니? 혼잣말로 했던 것 뿐인데 예사로 듣지 않은 큰 아이는 "그냥 고맙..
물색의 짧은 와이셔츠에다 별 모양의 뺏지를 왼쪽 주머니에 단단하게 꽂아서 외출 준비를 하는 막내, 나름 포인트를 주었나 보다. "엄마 아빠 와이셔츠 중에 약간 분홍빛 나는 것도 있지 않아요?" 겨울엔 겨울이라서 아빠 잠바를 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여름엔 여자 아이가 남..
우리가 애써 조르지 않아도 이만 퇴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의 소견, 일주일은 지나 봐야 병에 대한 경과의 안전함을 알수 있는 건지..... 결국 가벼운 염증이었다. 곧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사람은 겸손해 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감사까지 잊어버리려 한다. 큰 병이든 작은 ..
며칠동안의 어수선한 파장이 이만 멈추는 가 싶으니 TV 드라마 내용이 궁금해졌고, 이것 저것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5일째, 이대로 딱 죽을 것만 같았던 고통의 시간을 지낸 후 이젠 먹을 것이 눈에 아른 거려 미칠 것 같다는 아이가 요리 방송만 줄곧 켜 놓고 있다 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