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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 집은 연대 근처에 있었다. 오랜 시간 왕래를 하지 않아서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했지만 언니, 동생의 질긴 끈은 아, 누구?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없게 그 한 마디로도 알아들을 장치가 내재되어 있었다. 십여년이 어제 같았다. 우리가 정확히 언제부터 연락이 뜸해졌는지, 무슨 일..
두살 아래인 동생이 직장 동료에게 형부를 잃은 언니의 심경을 정확히 들여다 보고자 물었다 했다. 자신은 정말 모르겠어서... "어떨 거 같아요?" - 떠난 사람만 불쌍한 것 아닐까? 남은 사람은 커 가는 자식을 보며 기쁨도 있고, 더 좋아지는 세상을 누리기도 하지만 떠난 사람은 더 이상 ..
주기적으로 어찌 그리 잘 알고 마치 염탐이라도 한듯 이 심란함의 근원은 어디인가? 그를 보러 가야 할 시간이 된 줄을.... 달력에 체크된 날짜를 훑었다. 다시 보름이 되었다. 그날 이후 무의식 중에 그곳에 갔던 날들을 되짚어 보니 정확히 2주가 되는 날의 반복이었다. 물론 더 없이 기분..
급하게 밀려오는 공포같은 것, 크게 잘못한 일도 없는데 엄청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 살아있음에 대한 증거이니 무한 감사로 여겨야 하는가?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데 아직 숨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비로소 다시 무지의 사막에서 새 이름의 나무를 심어야 하고, 새순도 돋게 해야 하건..
아침에 나는 막내의 방에 들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빈이 학교 가야지. 밥 꼭 챙겨서 먹고, 이따 가지고 올께. 어제 그 것.... 케이스가 세 개나 있더라." 멋적은듯 막내가 대답을 한다. "엄마, 저 오늘 도서관 갔다가 늦을 거예요." 한바탕 전쟁을 치른 ..
엄마와의 일단락이 끝난 이후 큰 아이가 도착했다. 전후 사정 따윈 아랑곳 없이 제 친구들과 카톡에다 언니들 욕을 해 놓은 걸 확인했다며 분노에 차서는 막내를 방으로 불러 세운다. 내용이 뭔데? "언니들 잔소리, 니나 잘해. 헐.... 등등" 밖에 나가서 어떻게 언니 휴을 보고 다니느냐에서..
휴대폰 대리점에 들렀다. 이때껏 휴대폰을 살 때마다 차근차근 그 내용을 확인하고 기기 셋팅 할 때까지 어제처럼 오랜 시간 할애한 적이 있었던가? 어제는 다르게 특별한 날이었다. 막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이유 불문 제 언니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한 채 꺼이꺼이 밤새 울어대던 ..
언덕받이에서 차가 내려 옵니다. 그 언덕을 지나쳐야 하는데 막다른 길에 마주한 나는 잠시 차를 멈춥니다. 잠시 뒤로 비껴준 후 착각에 빠졌습니다. 차가 뒤로 밀릴 것 같은, 예전, 카렌스의 성능은 노쇄해서 언덕을 오를 땐 언제나 긴장을 했었지요. 힘없이 받쳐주지를 못하고 주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