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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막내의 개학일은 8월 16일, 아이한테 물었어요. "다빈아, 용돈 좀 줄까? 얼마 남았니?" - 만원이요, 더 이상 돈 쓸 일은 없어요. "왜 그래도 좀 줄께." - 방학동안 염색도 조금 해 보고, 귀도 뚫어 보고, 눈썹도 살짝 밀어보고, 그러느라 돈을 좀 썼을 뿐이지, 이제 더 이상 쓸 게 없어요. 다 ..
하루종일 내리게 생겼네요. 장마비처럼 주룩주룩, 어제 저녁 대학생 첫째와 중2 막내는 고모와 함께 "도둑들" 영화보러 갔어요. 그날 이후, 나는 그들에게서 투명인간이 되길 자처했는지, 서로 불편한 대화는 묻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다녀올께요." 하고 미안..
시급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큰 딸, 방학 중에 친구들과 여행을 한번 갔다 와야 한다며 장소 물색을 하는데, 자신이 버는 금액이 얼마인줄 알기에 함부로 돈을 쓸 수 없어 최소한으로 가려니 청평으로 정했답니다. 재수생 둘째는 이 찜통더위에도 스니커즈를 입고 다니다 (학원은 ..
중2 막내딸이 귀를 뚫었네요. 머리를 뒤로 넘기는데 언뜻 귀밑이 반짝이길래 "귀 뚫었니? 언제? " 엄마인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두 언니들의 눈치를 봅니다. "어떻게 이런 큰 일을 소리없이 저지르는 거니? 우리끼리 이제 비밀없이 모두 솔직하게 말하면서 살아야 한댔잖아. 너 집에 ..
어제 저녁, 날씨도 덥고,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라는 느낌이 하루종일 사람을 공포로 몰아가더군요. 집에 와서도 책상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는 큰 딸, 학원 갔다 온 둘째는 계속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얘기하고 순간 내 집이 아닌 것 같네요. 서로에게(엄마와 딸 사이) 소통에 틈이 생겼나..
대학생 큰 딸이 그저께 자동차운전면허증을 따갖고 왔어요. 어제 퇴근길 도로주행연습을 한다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대요. 동네 한적한 도로를 따라 한바퀴 도는데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운전하는 아이는 이까짓것 이라고 장담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은 어디 그런가요? 계속 잔..
누군가는 나에게 "넌 참 복도 없다"라 말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의 상황이 누구의 탓도 아닌 그저 운명일 뿐이다"라 했고, 그들 나름 위로의 색깔은 참으로 다양했다. 왜 내게 복이 없다란 표현을 썼을까? 이제 살만하니까 혼자 되어서? 인덕이 없다란 말은 들어봤는데 그건 내 마음..
주말에 둘째 고모의 생신이 있어 아이들보고 함께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나 보네요. 큰 얘는 못 간다고 했대요.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싫었대요.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외식이나 하자는,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한턱 쏠테니 엄마 그렇게 하자네요.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