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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중2막내 "엄마, 기쁜 소식 있어요" - 뭔데 "나 성적 엄청 올랐어요." - 그때는 몇 등이었는데 제 언니들은 닥달해도, 성적에 무심한 엄마에게 가장 먼저 소식을 알리는 아이, 수학 몇 점, 국어 몇 점 쭈욱 나열하다가 "무튼 나 이번에 전교 29등 했어요. 지난번 보다 엄청 올랐어요. 이..
이제껏 미신을 믿지 않으며 살아왔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오래전에 들었던 그 농담같은 미신을 꼭 믿고 싶어졌다. 그날은 6년 전 6월 어느 토요일, 나는 젊은 시절을 통째로, 분신처럼 오랫동안 다녔던 회사에 사표를 내던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쳐나왔던 그 다음날이었다. 분노와 황당..
친한 친구가 보이지 않는데도,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 남편의 친구들이 야속하대요. 빈 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떠나면 없는 사람이 되는 건가? 내가 그 사람을 대신하여 자리를 두 배로 부풀려 채우려 해도 채워질 수 없는 자리, 남은 사람들끼리 열심히 동무하며 살겠지..
하루 종일 형부가 택배로 밤을 보냈는데, 택배기사 전화 받았느냐, 받자 마자 김치냉장고에 얼른 넣어둬라, 대추는 잘 말려라 아직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둘째 언니는 시간 별로 전화를 해댄다{?) 60이 훨씬 넘은 나이가 되면 염려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걱정하는게 참 많은가 보다. 어쩔 땐 ..
사람에 대해 일방적인 집착을 사랑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아직도 좋은 사람이라면 떠난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여 정말 지옥같은 현실도 천국으로 만들 수 있을만큼 가슴이 넓은 사람이어야 했다. 살아온 날들이 위선이었던 것처럼 나의 맘은 옹졸하기 이를데 없다. 감정의 ..
60 중반의 언니는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며 동생인 내게 말한다. 지금 집을 내놓으면 구입했을 때보다 올랐으니까 형부랑 반씩 나누고 헤어져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이자 계산해 보았더니 원룸 하나 얻고, 죽을 때까지 빠듯하게 살아도 혼자서 세상 편할 것 같..
어떤 엄마가 말하길, 3년 전 남편이 일을 저질러 집에 차압이 들어오고, 1년간 두문불출 소식없이 전화로 "나 배타러 갈 지도 몰라"하며 사라졌을 때의 그 황당함은 분노와 배신감 그 이상이었다네요. 지금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우스개 소리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이지 한 1년동안 술도 마셔..
형님이(남편의 누나) 나를 보잔다. 그 날 이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간간이 전화 와서 만나길 원한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난 알리고 싶지 않은데, 그들은 궁금한가 보다. 위로? 무슨 위로를 할까? 어떻게 하냐고? 외롭지 않냐고? 불쑥 집으로 느닷없이 밤중에 찾아와도 될텐데 차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