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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생태주기를 관찰하듯 일상 하나 하나를 체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날은 흔치 않을 것인데, 아마도 감기 때문이 아닐까 미루어 추측을 해 봅니다. 강철 같던 내게도 이렇게 감기몸살이 오기도 합니다. 그 덕분으로 주변에 열거..
남자도 울 줄 안다. 이 가을 찬 바람 휘익, 계절을 타서 그랬냐고 하니 겸연쩍은 듯 웃는다. 동생의 남편이 그랬다. 장어구이를 먹다 말고, 눈을 비비더니 눈물이 난단다. 왜 울고 난리냐고 동생이 무어라 했다. 그 사람도 딱 한번 눈물을 보였었다. 꼭 감고 있는 눈 양 쪽으로 저절로 흐르..
이렇게 된 이후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선 생각을 접기로 하니 참 좋았다. 왜 진작부터 이 편한 마음을 알지 못했던가 그렇게..... 어제 오후 아이들 셋이서 논쟁이 세게 붙었다. 한 놈은 대전에서 두 놈은 집 거실에서, 삼자 회담이 벌어진 모양으로 나 또한 다른 장소에서 그들의 일..
광주 목현동이란 곳에 "능이버섯" 집이 있었다. 지난 번에 갔던 곳, 그들이 말했다. "가을, 날씨도 쌀쌀한데 몸보신 하게 저녁 식사 장소로 다시 그 곳 어때?" 벌써 한참 전이 되었다. 작년 2월 중순이었으니.... 남편 친구들은 그들끼리 차에 타고, 내 차엔 그의 부인들이 탔다. 오늘이 결혼..
오늘 새벽 휩쓸고간 천둥 번개, 그 흔적으로 거리에 온통 낙엽투성이다. 휙휙대며 스치는 바람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진짜 가을이 느껴지는 아침.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를 괜히 흥얼거려 보았다. 중간 중간에 공휴일이 끼어 있으니 날마다 월요일인 것도 같고, 금요일인 것도 같고, ..
이 다음에, 아주 이 다음에 옆에 남을 사람이 누구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한 주먹 가득 쥐고 나눠 준다 하면 나래비(줄 지어 선다) 설까? 자식이건 이웃이건..... 그런 세상이랍니다. 문득 서글퍼 졌습니다. 이른 새벽 어떤 방송을 보았습니다. 실버 모델 여자 두 분이 태국 ..
커다란 압력밥솥의 추가 빙글빙글 한참 돌았다가 이내 멈췄다. 묵은지와 돼지등뼈가 어우러져 흐물거리며 식욕을 돋군다. 주방 겸 거실의 작은 공간에 식구 넷의 오붓한 저녁식사.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친구의 남편은 편안히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며 소주 한 병을 챙겨 왔다. 친구의 눈..
아메리카노 커피향이 이처럼 고급스러울 줄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이처럼 감미로울 줄을..... 그 사람은 예전에 알고나 있었을까? 그저 알고 있는 커피향이 맥심 그 하나뿐인 것으로 더 이상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무심함. 이제라도 낯선 향기 종일토록 취할 수 있겠구나. 이런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