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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일을 보고, 용마산에나 따라 올라가 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길, 아침 일곱시 쯤부터 나가 조조영화를 보고 온다던 중3 막내가 어느새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공포 영화인 줄 알고 갔는데, 시시했었다고.... 다음 주 부터 중간고..
난 왜 이러고 있을까요? 우두커니 있기 서러워 떡집에 들러 송편도 사고, 고기도 사고, 나물거리와 식혜도 사다 식탁 위에 쭈욱 늘어놨더니 집안 대청소를 깨끗이 해 놓은 아이들이 달려 왔습니다. "엄마, 이번엔 제사 할 거예요?" 고집이 워낙 센 엄마는 그 쉬운 대답을 절대 하지 않았습..
어른 머리통만한 메론 서너개 든 박스를 들고 들어선 사람은, 나는 잘 모르지만 그럭저럭 남편의 품성을 파악하고 있는 그 중 믿을만한 사람. 몇 번 들은 기억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과 성향이 비슷하면 좋다고들 하지. 바닥까지 흘러가기를 멀뚱히 지켜만 보..
내가 믿고 있는 유일한 그 사람, 천지개벽이라도 하여 다른 세상 열리면 배시시 웃음 흘리며 와 줄라나? 한숨 잘 자고 왔다고 때 아니게 들어설 줄 누가 아나? 잠에 빠져 든 순간엔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옛날로 갈 수 있겠지. 잠은 편해서 졸리기도 하지만 안 편해서 잊..
아침에 나오는데 FM 라디오 방송에서 디제이 황정민이 그럽니다. 친구가 "넌 SNS 안하느냐 해서 난 그런거 안 한다 했다고... 쓸데없이 내 일상을 일일이 뭐하러 얘기하는 줄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뻘쭘했는지, 안한다 하면서 몰래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 맺음을 합니다. 시간이 내 편으..
장대비도 모자라 이젠 천둥 번개까지 둥둥둥, 한여름 어느날의 그 비처럼 줄기가 굵습니다. 잠자코 누구도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 같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제발 꼼짝 말고 있으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시간은 몰라도 이 시간은 꽤 길어 보이기도 하니... 아는 사람 하나..
아무도 모르게 세월 하나, 건너 뛰었으면 좋겠네. 멈춰진 하늘, 가라앉은 길,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리마저도 음향없을 속삭임으로 그 없는 두번째 가을, 생각한답시고 눈물은 거두어 공허만 잔뜩 흩어 놓았네. 그 좋아하던 세상구경, 마음에서 닫아 걸고 웅크린채 역부로 창 밖 한번 내다..
빨래 건조대에서 하룻동안 힘들게 누여놨던 옷들을 왼쪽 팔 위에 차곡 차곡 걷어 다시 마룻바닥으로 와라락 부었다. 서서 빨래 개는 것도 힘에 부쳤다. 철퍼덕 내쳐 앉아 저녁시간 떼워 보는 게지. 텔레비젼 뉴스에서 몰락한 한 시대 영웅의 가족 중 하나가 사죄 인사를 한다. 국민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