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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자가 울음을....나의 글 2013. 10. 15. 13:02
남자도 울 줄 안다.
이 가을 찬 바람 휘익, 계절을 타서 그랬냐고 하니 겸연쩍은 듯 웃는다.
동생의 남편이 그랬다. 장어구이를 먹다 말고, 눈을 비비더니 눈물이 난단다.
왜 울고 난리냐고 동생이 무어라 했다.
그 사람도 딱 한번 눈물을 보였었다.
꼭 감고 있는 눈 양 쪽으로 저절로 흐르는 눈물,
잡고 있던 뜨거운 손아귀의 힘에서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눈물인 것도,
그럼에도 동생 남편의 눈물엔 희망이라도 있다.
좋은 차를 두고 17만원짜리 자전거로 바람 냄새, 공기를 직접 마시니
이제껏 몰랐던 세상이 자신에게로 왔단다.
그리고 책 한 권 착실히 집중하기로 더 이상 부러울 것 죽이기......
지나고 보니, 욕심으로 꿰차고 있어야 할 것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저 필요한 몇 가지면 될 것이라고, 진지한 그 분위기라니.... 우리가 일조를 하긴 했다.
나와 같은 나이, 이 나이가 되면 사람이 바뀐다?
일순간 찬물을 뒤집어 쓴듯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지.
생계 문제에 대한 고뇌는 차치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더 고민스러운 나이.
우리 같은 이들에겐 겹쳐져 두 가지를 다 떠안게 되었지만
그들의 염려와 무관하게 사는 일에 그악스럽지 않아도 될 빈 자리 하나 잘 모셔두었다.
자존심, 그 하나로만 이 삶 잘 버텨낼 수 있다면....
함께 외식하러 나온 아내가 화장을 짙게 하면
너무 짙다고 퉁박을 주고,
맨 얼굴로 나오면 꾸미지 않았다고 퉁박을 주기도 하는
일관성 없는 남편의 반응에 투덜대기까지
일생 함께 할, 끝까지 보호를 해 주어야 할 의무를 열거한들
그런 남편의 귀중함을 동생은 아직 모른다.
잔소리가 지겹고 성가셔 밖으로 들락날락,
대화의 맥이 끊기려고 하면 동생의 남편은 멋쩍으니
"형님은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고, 맑은 사람이었고,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두 분 그동안 열심히 사셨고, 아이들 그만하면 잘 컸고..."
만날 때마다 그 이상의 턱은 넘어가 지질 않는다.
이 자리 남편과 함께 였다면 나는 슬그머니 빠져도 좋았으련만,
역할에 대한 한계가 분명 있다.
이럴 땐 넉살이 좋아 말 받아치는 기술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더구나 술이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면.....
요 며칠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한 것 하나,
전시 품평회에 놓여져 있는 그런 기분,
잠깐씩 치밀어 오르는 불편함을 일컬어 자존심 뭉개지는 소리라 한다면 무리순가?
"엄마, 어때요? 예민하게 받아 들일 필요 없어요."
그럼에도 나는 무진장 예민하다. 별스럽지 않은 말에도.....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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