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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길 10시가 훨씬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 막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동안 서로 다른 학교 다니느라 웃음에 고팠던 차, 아이들이 버스정류장에서 뭉쳤단다. 고작 5일 다닌 학교 생활의 회포라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왁자한 소리. "엄마, 우리 일주일 못 웃었던 웃음 한 시간동안 다 날리..
또 야쿠르트 아주머니다. 바쁜 중에 들어와서는 "저기 어느 집 여자는 진작에 이혼을 해 딸 둘과 살고 있는데, 서른이 다 되도록 돈도 안 벌고 엄마 속만 썩인대. 참 이상하지? 남편 복 없는 여자는 자식 복도 없는 걸 보면...." 순간 정적이 흘렀다. 생각없이 떠든 말인 줄 알지만, 동조할 수..
쌀쌀한 날씨? 어제는 그랬다. 바람도 많이 불었고..... 마지막 발악이라 일컫는 그 겨울의 힘으로 봄이 온다던데, 새겨 듣고 보니 그럴듯 했다. 막내가 바쁘게 학교 갈 채비를...... "오늘은 어때? 엄마가 한번 태워 주고 싶은데" - 정말요? 늦지 않겠어요? 며칠 함께 다니던 친구가 이제 다른 ..
막내의 교복 치마는 줄이지도 않았다는데, 어찌나 짧은지..... 무릎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더구만. 학교 첫 날 어땠느냐고 물으니, "급식이 정말 잘 나와요." 역시 맛나게 먹을 것이 최고지. 그럼 되었다. 다른 것은 또 차근차근 익숙해 질 터이니. 나가는 길, 태워준다..
우렁 된장국을 끓일 때는 마늘도 필요 없이 슴슴하게, 부추만 썰어 넣었다. 자극적인 맛이 싫어진 이유는 자연적인 그대로가 거친 마음을 다스려 주기도 하는 까닭에.... 식구도 많지 않은데, 뭘 그리 끓여 놓느냐 하였어도 아침과 저녁으로 쑥쑥 줄어든 냄비 눈금으로 잘 살아내고 있는 ..
이보다 약게, 더 약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아냈으면.... 60, 35, 32 그녀들의 나이만 미루어 보자면. 문제 있을 게 무엇이 있을까? 다같이 힘을 합쳐 못할 것도 없을테고, 열악함의 근원이 오래 전 남편과 사별을 했다는 것으로 거슬러, 물고 물리는 악순환은 절망일 수 밖에 "그 곳이 오..
아침 일찍부터 나는 바람부는 날 압구정으로 간다가 아닌 홍대 앞 라이브 까페 라디오키친으로 갔다. 일곱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는데, 꽤 늦었다. 30분이나! 오늘로 삼일째, 큰 아이는 나름 스펙을 쌓는다고 유명 청년 셰프들의 협찬으로 음악과 요리를 겸한 레스토랑 운영자가 되었단다. ..
준비운동도 없이 사지(死地)로 내몰려 본 적이 있는가? 고통에 임하는데 무슨 심호흡을..... 느닷없이 다가섰다, 바람처럼 물러가는 그 찰나가 재생되어지기를 누군들 바랄까? 꿈인지 생시인지 허망함의 극치를 목격하면서 이젠 관망의 시선으로 세상을 산다. 무엇이라고 내 것일 수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