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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격세지감나의 글 2013. 9. 11. 12:42
빨래 건조대에서 하룻동안 힘들게 누여놨던 옷들을
왼쪽 팔 위에 차곡 차곡 걷어 다시 마룻바닥으로 와라락 부었다.
서서 빨래 개는 것도 힘에 부쳤다.
철퍼덕 내쳐 앉아 저녁시간 떼워 보는 게지.
텔레비젼 뉴스에서 몰락한 한 시대 영웅의 가족 중 하나가 사죄 인사를 한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라고....
요즘엔 죄를 지으면 다음 세대로까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대에서 죄값을 치르게 된다더니,
긴 세월동안 감싸안고 숨겨둔 그 돈들이 결국엔
열 손 가락 사이 사이로 기운없는 힘이 되어 흘러내렸다.
돈이란 것, 그 보다 명예가 차라리 훌륭한 쪽으로 택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을....
오늘만큼은 내가 그들보다 잘 살아온 것은 아닌지, 괜히 우쭐해졌다.
까실까실하게 잘 마른 린넨 바지 주머니 안에서
오만원 짜리 두 장과, 만원 짜리 지폐 두 장이 손에 잡힌다.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온 돈은 신기하게도 더 빳빳하고 질기기까지 하다.)
빨래 돌릴 때 미처 빼놓지 않았던 것으로....
이도 공돈이다.
진작에 잊혀졌던 돈이었다면, 지금 새로이 생긴 공짜돈 말이다.
오롯이 나를 통해서만 돈의 입출구가 생기게 된 지금,
결국 출처가 나 인 줄 알면서도 괜한 기대감으로 설레이기까지 하니 웬말인가.
어디서 나 모르는 돈이 나타난 것처럼....
잠시 다시 꿈을 꿔 둔다. 이런 횡재도 있구나.
경제뉴스를 끊은지도 꽤 오래 되었고,
사회 뉴스를 건성으로 참견한지도 한참 되었고,
그저 흘러드는 노랫가락에만 의지한지 꽤 되었지 싶은데
가끔은 사람 목소리가 간절히 그리울 때가 있다.
이내 닫힐 궁핍한 감정이지만
혼자서 그렇게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어 보고도 싶다.
동생네가 최신형의 아주 좋은 차를 새로 샀다.
자동차 키도 필요 없을 정말 좋은 차였다.
시승식을 한다고 기어코 오라 해서 잠깐 갔었다.
동생의 남편이 손가락으로 터치를 하며 시동을 건다.
잠깐 동안 동네 한 바퀴를 돌자길래 기꺼이 아주 기꺼이.....
"차가 아주 좋다" 어색한 부러움을 섞어 맘껏 부러워 해주었다.
추임새에 익숙하지 못한 나, 아무래도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속 마음으로 살짝 부럽긴 했을까?
맘껏 좋아할 일이 생기는 것 또한 참으로 낯설은데
동생이 신이 나 웃자 하니 맘껏 웃어 주었다.
동생은 아마, 내 성향으로 봐서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테지만
솔직히 조금 부럽긴 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
내 삶은 몰락이 아닌 것으로 아직 행복은 유효한 것이다.
아이들과 나, 건강하게 살아 있으니
그 정도쯤은 얼마든지 소화가능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동생이 잘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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