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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쉬운 일
    나의 글 2013. 9. 19. 09:54

    난 왜 이러고 있을까요?

     

    우두커니 있기 서러워

    떡집에 들러 송편도 사고, 고기도 사고, 나물거리와 식혜도 사다 식탁 위에 쭈욱 늘어놨더니

    집안 대청소를 깨끗이 해 놓은 아이들이 달려 왔습니다.

    "엄마, 이번엔 제사 할 거예요?"

    고집이 워낙 센 엄마는 그 쉬운 대답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 모르겠어.  그냥 아침에 봐서....   우리와 함께 밥 먹는 것처럼.....

     

    이 법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죽음을 아직껏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내 속으로 낳은 아이들일지라도 어떻게 내 마음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요?

     

    그를 위해 성당에 들러 짤막한 기도도 했고,

    추모공원에 들러 내 인사도 진작에 했건만,

    무엇이 이리 마음을 허전하게 하는지,

    채우고 살 수 없는 삶이라면서 이제 되었다, 마음 정리를 했다면서도

    남이 하는 그 모든 것을 흉내내어

    기죽지 않게는 해 주어야 하는 걸까요?  떠나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를 위하여....

     

    늦은 저녁 아이들이 다시 엄마를 향해 묻습니다.

    그들은 자식이기 전에 어느날부터 엄마의 고문관이 되어 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할머니집에서 제사 지낸다 하니 우리 좀 데려다 주세요."

    - 왜?  또,  우리끼리 할 것인데.

    "엄마, 그냥 가면 안 돼?"

     

    다시 나는 흩어 놓았던 마음을 간결하게 접습니다.

    그래,  원하는대로 내 마음은 다시 백지상태로,  괜한 생각을 했구나.

    그런데 마음이 편합니다.

    간절한 사람은 간절한대로,  자신들이 취할 방법에 최선을 다 한다니

    그 사람은 좋겠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절대적인 내가 아니어도

    더 절박한 그들이 진정 그를 위한 마음이 큰 줄도 모를 일입니다.

     

    새벽같이 아이들이 부지런을 떱니다.

    내가 서두르지 않아도,  지들끼리 손발을 맞춰 착착 시간까지 정해 놓았던 모양입니다.

    한 집에 살아도 이렇게 마음이 두 가지랍니다.

     

    사 두었던 떡이며 메론이며,  쇼핑백에 챙겨 차에 실었습니다.

     

    집에서 이십 분 거리에 있는 우리들의 또 다른 집 골목에다 아이들을 내려주고,

    나는 도망치듯 떠나왔습니다.

    큰 아이가 "엄마는 안 내려요?"  이상한 듯 쳐다 봅니다.

    언제 보아도 눈치가 많이 느린 아이,  둘째와 셋째는 진작부터 알고 있는 것을.....

    "냅둬,  엄마는 도망자 신세야."

    눈치 빠른 둘째가 잽싸게 긴 변명을 자릅니다.

     

    나는 참 성격이 이상합니다.

    왜 안 되는 걸까요?  아이들도 하는,

    눈 질끔 감고 딱 한번만 하면 될 그 쉬운 일을.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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