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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올 겨울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갔던 세인이 벌써 집에 왔는지 전화가 왔다. "엄마, 사골 국 이제 그만 끓여도 되겠네." 맏딸 역할 톡톡히 하고 있는 아이, 수련이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정작 당사자는 반항만 일삼는다. 마냥 북돋아 줄 성질은 아닌 것이..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맑음 속상한 마음으로 그를 만나러 가선 안되었는데, 그래도 유일한 나의 편이었기에 가서 속풀이라도 하면 아이들 보다야 낫겠지. "엄마, 어제 성질 냈던 것 기억하세요? 참" - 왜,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냐. 오늘 아빠한테 갔다 왔다. 다빈이는 외면한 채 이불 속..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맑음 늦은 저녁에 영래가 전화를 했다. 마흔 초반의 제일 큰 조카, 가끔씩 이모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연락을 해 주는 영래가 예전에는 고맙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젠 많이 고맙다. 내 처지가 이렇게 되고 부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모, 아이..
저는 어제 참 철없는 행동을 했답니다. 결혼기념일 이랍시고 옛날 살던 동네로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족발과 음료수를 샀지요. 다 떨어져 가는 화장품도 종류 별로 사고,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눈치 챌 줄 알았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그런데 아이들이 조용히 공부만 하고 있어..
수능시험을 본 둘째딸이 동네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일째, 오후 3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시급은 5천원(엄마, 다른데 보다 높은거래) "엄마, 오늘은 케잌을 참 많이 팔았어요. 이젠 카드로 계산해 주는 법도 배웠고, 그런데 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안에 갇혀 있어서 느끼지 ..
그를 기억해 내야 하는데 오늘만큼은 그와 나의 새로운 출발이 있었던 날이기에 꼭 기억할 만한 어떤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머리속이 백지상태다. 더불어 무기력증까지 동반한채..... 기막히리만큼 서러운 날인 걸 아는지 날씨마저 엄청 차다. 핑계김에 실컷 울어라도 볼 참인데 빌어..
수련이의 난폭한 성향이 수능시험이 끝나자 더 심각하게 드러났다. 직설적이고 밝은 성격이 어긋나게 반응을 보이며 집안 분위기를 어둡게 한다. "언니와 같이 지원할 학교에 대해서 의논해 봐" - 내가 미쳤어요. 걔랑 얘기하게. 절대 싫어요. 언니가 "왜 언니가 싫어진 거야? - 그냥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