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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없이 움직이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뻔뻔함을 도저히 더는 봐줄 수 없어 바른 소리 한 마디 했더니 "왜 나에게 화를 내세요?" 일을 그르쳐 사무실에 손해를 끼쳐놓고는 적반하장으로 들어오자 마자 화를 낸다. 나보다 서너 살쯤 더 나이 든 남자의 입에서 죄송하다는 말까지 바라진 ..
몰랐다면 왜 몰랐는지를 알고나 가야 한다. 귀찮은 김에 내쳐 가지 말고, 그 귀찮은 무심함이 전염되어 가뜩이나 불안한 무지랭이로 굳혀지기 전에..... 그래서 나는 늘 바쁘다. 그 없이도 보란듯이 자리를 지켜내느라, 누가 뭐라나 게을러 퍼져있다 한들 자동차의 엑셀을 세게 밟았다, 약..
고개 하나 넘어 잠시 평지에서 숨을 돌리다. 숨돌리는 일은 언제나 잠시, 다음 고개너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는, 늘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설레임으로 아침을 맞았다. 두 눈이 빡빡한게 모래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거북스러웠다. 피곤에 젖어들면 이런 모습일 것을 익히 ..
새벽 여섯시 반에 출근했다가 저녁 아홉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으니 나는 꼬박 열 다섯시간을 밖에서 보낸 셈이다. 그럼에도 열시에 하는 수목드라마 하나를 보자고 30분동안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 마음이 바쁘다.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이것이면 어떻고, 저것이면 어떤가. 조인성도 ..
어릴 적 한 동네 살던 한 살 어린 후배의 전화 "언니, 지금 바빠? 나 엄마 때문에 죽겠다. 왜 이리 정이 떨어지는지 모르겠어. 며칠 전에 엄마 생신이었는데 친정 가기 너무 싫어서 그냥 모른체 했거든. 그래도 엄마인지라 마음에 걸려 조금 아까 전화를 했더니 '내, 죽기 전에 기어코 너희 ..
형부의 칠순 문제로 한달 내내 바쁘게 움직이느라 우울증이 덜 하더니 그 형부가 칠순의 뒷풀이로 수 백만원짜리 자전거를 맞추러 갔다며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언니, 흥이 나서 저러고 다니는 형부가 미워 죽겠단다. 즐거움의 순간은 정말 잠시인가 보았다. 둘이서 한 마음인 부부..
작년의 오늘은 수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이었지. 올해는 기억하기 좋으라고 날짜와 요일이 하루씩 밀려서 되짚어 생각하기가 수월했다. 작년의 오늘은 벼랑끝에서 아슬아슬 웃음이 울음같고, 울음이 웃음 같았던 공포로 연명했던 기억인데 그 재작년의 오늘은 또 있게 될 내일을 기약하며..
지난 주에 국가장학금 신청한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기에 아이 명의로 떼어서 보냈더니 잘못되었는지 다시 보내라 했다. 보호자 명의로 해서. 명단 발표는 이미 어제 했건만 둘째는 그래도 모르니 다시 보내겠다고 했으니까 빨리 서두르라고 아주 급하게 전화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