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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나의 글 2014. 10. 28. 09:33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사노라 애쓴 흔적

    그저 오래 전 일이었느니

    가을 여운 따라 후두둑 쏟아지는 낙엽이나 방석 삼아

    푹신하게 늘어진 낮잠이라도 자 둘까?

     

    이 계절에 누릴 수 있는 것들만 차곡차곡 챙겨서 가자.

    전라도 보성에서 보내온 시골 언니의 우직한 감나무에서 이사 나온 단감이나,

    빛깔 좋은 고춧가루 푸대의 풍요만으로 벅찬 즐거움은 충분합니다.

    모래가 아니라면 소금이 녹아들까 비좁은 틈바구니로

    솟아 나온 참깨 한 병이

    막 볶은 것을 어찌나 급히 들이 밀었는지 옴팡지게 쪼그라들었습니다.

    환경 호르몬이 대수겠나?  그 안에 마음이 가득한데.

     

    속절 없이 지나는 하루, 하루가 괜한 것이 아니기를 날마다 소망합니다.

    마음 속 엉기어진 그리움 하나면,

    소리 내 외치는 기도가 아니어도 편협한 애맨 소리야 이젠 너끈하지.

    사는 일에 내성이 쌓이고 보면 온통 시시한 세상이 되어

    될대로 되라고 통크게 밀어 대다가도

    도저히 견디기 힘들 때는,

    하늘과 땅이 딱 마주칠 만큼 아득한 고통으로 숨이 막히기도 하지만

    용하게도 나는 세상의 돌고 도는 이치를 종교처럼 믿고 삽니다.

     

    조금만 더하면 반 점쟁이가 되어......

     

    이것이 아니라면, 다른 것으로

    깨지고 부서지면서 터득한 노고의 댓가입니다.

     

    이제 눈물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되었든 기뻐서 우는 눈물이어야 함을 그리 살고 싶습니다.

     

    고1짜리 막내에게 수학 과외를 몇 달 째 했어도 성적이 제자리라면 그만 두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공부로서만 승부를 걸지 않아도 살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진정으로 네가 행복한 것을 하라고,

    위로 두 아이들은 이런 엄마가 참 못 마땅할 것이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의 마음은 늘 한 가집니다.

     

    등교길에 막내가 창 밖으로 얼굴을 돌리고 눈물을 훔칩니다.

    엄마의 말이 고마워서일지, 자기 서러움일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짧은 시간 동안에 차 사고를 몇 번 내고 나니, 참 그렇더라.

     한 순간을 살더라도 정말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아야겠더라.

     너는 꼭 그렇게 살아라."

     

    눈물을 훔치다 함께 흘러나온 콧물을 감추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의 손에 닦으라고 휴지를 건넸습니다.

     

    "우니?"  나는 묻지 않았고,

    덩달아 우는 내 모습도 들키지 않으려 꾸욱꾹 마음을 눌렀습니다.

    아침 등교 시간 10분 동안에 우리가 확인한 마음이 그대로라면 참말

    고마운 시간이었지요.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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