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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 사람처럼 살아야지....나의 글 2014. 6. 5. 18:43
이 맘때면 가락시장에 찰옥수수가 나왔을 것도 같은데.....
그래서 그 곳엘 갔습니다.
마침 그 옆 아파트에 후배가 살아 내친 김에였습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시장의 풍경은 예전 같지 않아도
자주 왔던 곳의 향수에 한번 취해보는 일,
오늘 나의 마음은 무척 한가합니다.
임시 공휴일이라 해도 나와는 상관없을 날이지만,
배짱 좋은 여유로움은 자꾸 늘어갑니다.
이른 더위가 여름을 재촉한다 해도
옥수수 나오려면 한 달은 더 있어야 한다는 상인의 말을 듣고
헛걸음하기 그래서
열무와 얼갈이 배추를 샀습니다.
갈아서 넣을 홍고추도 두 근 사고, 큼직하게 묶어 놓은 쪽파 한 단도 사고.....
그때 그 찰옥수수는 참 맛있었습니다.
한 망에 삼십개씩 들었던 것을, 사다가 직접 쪄 먹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들었던 기억.
식구가 많으니, 늘 한 솥을 삶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던 시절.
아이들 어릴 때는 누구나 좋은 날이었지요.
노점이 사라진 시장은 재미가 없습니다.
혹시나 예전 풍경이라도 있을까 둘러 본들, 변해진 내 모습만큼 단조롭기까지.
기억의 용량이 자꾸 줄어 들어서 큰 일입니다.
긴 생각은 커녕,
알고 있는 몇 사람으로 대체되어도 무방하게 무덤덤한 오지랍은 또 어떻고.....
고작 십여분 돌아나온 것 뿐인데, 주차비 천원을 내랍니다.
30분이 아닌가? 물으려다 말았습니다.
무엇이든 확실하게 알고 지나던 악바리 근성도 없어졌나 봅니다.
악착같이 부여잡고 있으려 해도 밀고 드는 세월의 힘 앞에서
무기력하게 흩어질 추억 또한 순리에 따름이라는데
더 이상 눈물은 없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 흔하던 눈물이 사라진 것이 그렇고,
생각이 잘 안 나는 것이 그렇고,
그 사람이 있다고 믿었던 그 곳에 절대 가지 않는 것이 그렇고.
그 사람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까마득해졌으니
한꺼번에 쏟아낸 애잔함으로 남은 기운이 더는 없을 거라며
이제 나는 슬프게 그를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 날 나와 잘 살아보았다는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내 마음 가는대로 말한들 누구라고 딴지를 걸 것인가?
모두가 아름다웠노라......
살아 있으면서 죽은 것처럼 살아선 안 되겠기에
지금 세상에 나는 산 사람처럼 살 겁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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