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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행복찾기
    여행 이야기 2014. 4. 20. 11:32

    앵두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겠다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도와

    키가 닿지 않아 높은 가지들을 앞으로 당겨 주었다.

     

    앵두를 갈아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이 급해 보인다.

     

    사무실 근처 비교적 그늘진 쪽으로 줄 지어 선

    서너 그루의 앵두나무를 숱하게 봐 오면서도

    나와는 상관 없으니 무심했던 그것들이 때때로 귀한 산삼으로 변신할 줄....

     

    나만 몰랐던 묘약을 새삼 알아낸 조급함이 아주머니에게서 보였다.

    엄청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왜 그동안 몰랐지? 다들 알고 있던 것을...."

    그러면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응, 나? 오늘 생일이지만 누가 신경 써 주나?  나 혼자 미역국 끓여서 밥 먹고 나왔어.

     자식이 다 컸어도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뭘 바래. "

    전화내용이 어떤 것인지 듣고 있던 나를 의식해 "내 여동생, 오늘이 내 생일이거든."

    씁쓸해 보였다.  자꾸 자꾸 자신의 기대치에서 꿈꿨던 삶이 멀어져 가는 표정을

    내가 들여다 본 것을 눈치 챘을까?

    아주머니가 급하게 한 웅큼의 앵두를 따다 말고 배달할 것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남편이 있어도, 자식을 훌륭히 키워냈다 해도,

    기대치는 언제나 나를 배반하기 일쑤이고

    내 맘 알아주는 이는 결국 나 밖에 없으니

    꾸역꾸역 미역국 입안으로 밀어넣으며 화를 삭였을 아주머니를 상상해 본다.

     

    속옷 가게에 들렀다.  이상하게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맘에 걸렸다.

    그리 비싸지 않은 속옷 한 상자를 사서 드리면 부담은 없을테지.

     

    이렇게 저렇게 다른 삶을 훔쳐 보면서 내 행복을 찾아가는 게지.

     

     

    2013. 6. 20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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