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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꽃
    나의 글 2013. 4. 8. 14:39

    언뜻 보아 나리꽃인 것 같기도 하고, 백합꽃인 것도 같아

    큰 얘에게 물어보니 릴리꽃이라 했다.

     

    이름이야 다르게 불리어도 백합과에 통틀어 이른 말이니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들

    부끄러울 것도 아니었다.

     

    늦은 저녁 큰 아이가 안고 들어온 꽃 한 다발

    중3 막내는 "먹을 거나 사 달라고 하지. 언니 다음 번엔 꼭 그렇게 말해."

    예전 같으면 화낼 법도 한데 화도 안 낸다. 큰 얘가

    - 알았어. 다음엔 그렇게 할께.

     

    중3이 언니 같고, 23살 먹은 언니가 동생 처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남자 친구와 짧은 시간 짬을 내어

    남산도 갔다 오고, 팔당댐도 갔다 오고,

    한강 고수부지도 갔다 오고, 북악스카이웨이도 돌아 오고

    쵸콜렛도 받아 오고, 어젠 꽃까지 받아 들고 왔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고모가 꽃가게를 했어도

    우리집 옥상에 철쭉이 만발해

    곧 무너질 것처럼 엄청난 꽃무덤을 연출했어도

    꽃이 그렇게 곱고 예쁜 것인 줄 미처 몰랐었다.

     

    나의 남편에게서 그런 선물을 받은 일이 없었으니...

    아니, 주변에 흔한 게 꽃인데

    굳이 돈을 들여 살 필요를 못 느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편의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내 무심함이 안타까울 따름.

     

    우리는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늘 그 꽃들을 보면서

    허영스런 물건이라고 치부하곤 했었다.

    그저 실리주의에 자만심까지 곁들여

    꽃을 보며 환호하는 그들을 향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

    손뼉을 마주 쳤었지.

    바보처럼....   미친 짓이었더라도 한번쯤

    꽃바구니 하나 받고 싶었어야 했는데.

     

    그냥 괜찮아, 뭐하러, 됐어. 돈 아까워.

     

    이렇게 부질없는 단어들은

    절대 쓰지 말고 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먼 훗날 누구나 꿈꾸듯

    자리 잡히고 나면

    한꺼번에 다 하면 되는 줄 미뤄둘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 버릴 줄 누가 알았나.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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