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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처제님! 뭐 이렇게 좋은 가디건과 양말을 보냈어요? 나는 해 드린게 하나도 없는데... 아무튼 부끄럽지만 멋있고 말끔하게 잘 입을께요. 그리고 수련 조카 시험 잘 보길 기원합니다. 시험끝난 후 고민 할 일이지만, 어느 학교에 들어가느냐 보다 전공하고 싶은 학과에 촛점을 맞..
어제 내가 만나고 마음을 주었던 사람을 나열해 보았다. 후배 은명이, 뒤늦게 시집을 가 쌍둥이 자매와 막내까지 세 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얻은 후배, 목소리까지 걸걸해져 나는 아줌마가 맞다고 외치며 "언니 이제 좀 괜찮아?" 한다. 그 간단한 안부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럼 괜..
비가 찬찬히도 내린다. 억수로 퍼붓는 비는 그칠 기약이라도 있지, 이렇게 차분히 내리는 비는 종일이라도 내릴 기세다. 태풍을 동반하지도 않았으니 농사에 큰 지장도 없을 것이고, 여름 장마비가 아니니 뉴스에서 난리굿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냥 당연히 오려니 하는 늦가을 비, 수..
안녕하세요. 청솔담임입니다. 일년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드디어 내일 종강을 합니다. 내일은 반드시 학원에 보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치상담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향후 일정과 여러 이야기가 전달됩니다. 학부모님께서는 학생들을 내일 아침 반드시 학원으로 보내주..
어릴 때 함께 지냈던 동네 후배는 50이 다 된 나이에 80 후반의 엄마에 대해 원망이 여전하다. "정말 우리 엄마는 나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다. 남들은 유산이라도 있던데..." 지금 내가 잘 살고 있으면 그 지난 날의 아쉬움도 정겨운 추억일거라는 나의 생각과는 정 반대인 후배다. 어떤 ..
먹는 걸 즐겨하지 않는 둘째 수련이가 수능 아침에 도시락 반찬으로 이렇게 해 주라고 한다. 박카스 한 병, 오징어 젓갈, 된장국, 호박전 아주 간단하게... 작년 시험때는 악재가 겹치고 겹쳐, 밥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하고 그냥 남겨왔으니 이번 시험에 임하는 자세는...그래도 맘이 편한가 ..
알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훌훌 털고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날 용기도 없고, 이제와서 돈이 무슨 필요 있다고, 이토록 질기게 돈이란 걸 벌고 있으니 "돈 벌어서 뭐 하냐? 나 처럼 아프면 어쩌려고...." 남편이 내게 말했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지독스럽게 일만 했던 ..
오늘은 가히 혁명을 일으킨 날이 될게다. 뜨거운 냄비 손잡이를 만지려 할 때, 망설이는 두 손에 헝겊으로 만든 장갑을 끼고, 과감히 덥석 집어들지 않던가. 그동안 나는 블로그에 대해 엄청난 오해를 안고 있었나 보다. 뜨거운 감자처럼 항상 살아온 삶에서처럼 늦은 실천을 감행하는 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