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크랩] 잘못이라면....
    나의 글 2014. 1. 15. 09:59

    동생에게서 얻어 온 막걸리 한 박스.

    박스째로 내 차 트렁크에 실어주길래,  일단 챙기고 보자 그랬었다.

    나눠 줄 사람이야 그때부터 생각하면 되니까.....

     

    지난번 스키장 갔을 때 마침 맞게 필요해져서 얼마나 좋았던지,

    경비 아저씨들도 주고,  청소 아주머니도 주고,

    그녀의 남편,  남편의 친구에게도 챙겨 주고 싶어 세 병을 들고 갔다.

     

    그런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마음이 각양 각색인지,

    그녀가 내게 그런다.

     

    "술도 못 마시는 언니에게 줄 것이 따로 있지.  무슨 막걸리를 선물이라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마땅치 않았나? 

    그렇잖아도 술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달갑지 않은 물건이다 싶었나?

    그녀와 달리  남편의 친구는 좋아라 웃는다.

    막걸리일지언정 술이어서 좋고,  챙겨 주어서 좋고.....

     

    남편 친구 부인인 그녀는,

    그가 떠나면서부터 내 있는 곳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유로,

    마음이 흘러가는 모양을 가감 없이, 가까운 친구 삼아 위로도 많이 되었었는데.

    그러므로 새로운 세상의 사람들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잘도 할 수 있었는데,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던 동생을 만나게 되면서,

    산으로 바다로 바깥 나들이를 하게 되면서,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런 내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을 간헐적으로 느끼긴 했었다.

     

    그녀는 언제나 고단해 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없이,  온 종일 남편과 일을 해야만 먹고 산다는

    진작에 젊었을 때 돈을 벌어 놨어야 하는데,

    이제사 하려니 맘만 바쁘고 속상하다고도 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위로 삼았을 것이고,

    나 또한 아무 때고 뛰어 들어가 넋두리며, 사는 푸념 가감없이 맘껏 떠들기엔 그만한 친구가 없었지.

    그 누구보다도 가장 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사는 모습을 쭈욱 봐 왔던 사람이므로.

     

    한결같을 줄 알았던 나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 같은 서운함이 들었을까?

     

    그녀에게 갈 마음이 자꾸 분산되기 시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신경이 쓰인다.

     

    어느날부터

    동생과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하는 이야기도,

    높은 산을 오르고 내렸던 이야기도,

    조심스러워졌다.

     

    "결국 인생길은 혼자일 수 밖에 없어"  그 말에 유독 솔깃한 번뜩임을 보이는 걸 보면....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내 위로를 삼는 것으로 다 될 줄 았었는데,

    영원함을 기대하는 일 또한 무모한 짓이다.

     

    내 밝음의 공간이 넓혀질수록 그녀의 섭섭함이 커지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불편한 아픔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감없이 할 수 없게  괴리감이 생겼으니....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사는 세상, 보는 세상이 달라지면 툭툭 뱉어지는 단어 또한 낯설어지는 걸까?

     

    아는 사람이 많아진 내가 싫어 보이는

    그녀의 샐쭉함이 우울을 몰고 온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메모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