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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화정역에서.....나의 글 2014. 1. 16. 10:30
시간조차 게으름을 피울 오후,
플랫폼에서 서성이며 전철을 기다려 본 적이 언제던가?
돌아가려면 좌석버스가 나을까, 전철이 나을까 물었더니
마을버스 아저씨가 두 말도 않고 "전철이 당연 낫지요" 라고 했다.
번거로운 것이 질색인 나는
무조건 한 번에 쭈욱 직행하는 것이 좋은 성격으로 바뀌었는데.....
선택하고 말 것도 없이 그 지역엔 어차피 한번으로 가는 버스는 없었다.
화정역.
사람을 찾으러 내 있는 곳에서 일산 저 끝쪽, 식사동이라 했던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이야.
한번 왔던 곳이라 기억이 가물 가물한데
뇌의 기능을 최대한 다독여 생각해 보라는, 그러면 다 떠올려지게 되어 있다고 여자가 말했다.
몇 년 전 연락이 끊긴 여자의 동생을 찾아나선 길.
그래서 기꺼이 동행을 했다.
나의 하루는 사무실을 온 종일 비워둔채, 기꺼이 봉사를 감행하기로.
때로는, 아주 때로는 예기치 않은 일로 떠밀리듯 하루가 흘러가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탈이 참으로 흥미로운 건..... 타고난 호기심 때문이다.
마침, 내가 기억을 되살렸던 그 곳에 동생이 있었다.
여자 부부는 몇 번이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울산에서 대게직판장을 하니, 한 박스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우리가 사는 중에 반드시, 꼭, 이 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날이 있지.
그들에게 어제가 그런 날이었단다.
꿈 속에서 귀인을 만나 도움이 될 것을 믿었다면서.
혼자 웃었다. 그런 미신을 믿다니....
그런데 신기하게도 맞아떨어지긴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예정되어진 일이려니.
마을 버스 아저씨 말대로 화정역 계단을 올라섰다. 이 곳은 공사 중이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나름 뿌듯한 마음을 누구에게 전하면 가장 좋아하려나?
느낌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할 텐데....
반드시 그 사람이었어야 알 수 있을 것이었는데.....
언니에게? 동생에게? 친구에게?
그들이 어찌 알까? 마음이 이토록 벅차 올라올 때의 감동을.
그래도 자식이다.
큰 아이가 그런다. "엄마! 잘했다."
늘 흥미거리를 찾는 둘째에게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서! 그래서! 응! 엄마, 어떻게 그런 일이...."
셋째는 언니들에게 전해 들으라고 패스. 그래서 막내의 자리는 덤인가 보다.
화정역에서 양재까지는 꼬박 한 시간이 넘어 걸릴터인데,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았다.
오후 세 시인데도 빠져 나가면 다시 채워지고 한가할 틈이 없다.
나의 조바심 때문일까?
그 긴 시간을 갈 것임에도 문 쪽에서 곧 내릴 것처럼 서성대고 있는 모습이라니.
어정쩡하게 양재에서 다시 환승을 한 번 하고, 마을버스로 또 한 번 환승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다섯 시가 넘어 있다.
커피만 네 잔, 속은 텅텅 비워둔 채 하루가 이렇게 가고 말았군.
끼니 때가 지나면 배 고픈줄도 모르겠는지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전혀 이상 징후가 없다.
삶은 기분으로 좌우되는 때가 다반사로,
"그렇지 않냐?" 이렇게 묻고 답하곤 했던 옆 사람이 그리웠던 하루.
에이, 그런 아쉬움 가져본들 무엇하나? 싱거운 웃음 하나로 훌훌 날려 버리자.
엄마의 나름 영웅담을 듣자고 세 아이들이 몰려 들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이 사는 행복이기도 하고, 즐거움이란 생각만 하자.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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