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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낯선 길이어도.... 내 길이 되면
    나의 글 2014. 1. 11. 10:41

    삼성동 코엑스에서 3일간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어제 하루 다녀온 둘째는 녹초가 되어 들어왔다.

    여덟시를 넘겼으니 시급 육천원이 올라간단다.

     

    "엄마, 이것 저것 잡다한 일을 다 시키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책상도 옮기고 걸상도 옮기고

     그냥 방학동안 집 청소나 할까?"

    - 언니는 몸이 약해도 꾸준히 하는 건 왜 그런 건데...

    "원래 단기 알바는 힘들어요.  자리도 잘 없고. 언니처럼 집 근처에서 장기간 하는 건 괜찮지만.

     대전 학교 근처는 맨 술집 뿐이라 새벽에 끝나니 마땅치가 않아. "

    내가 알기만으로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 곳 저 곳 수도 없이 들이대 본 듯 한데

    스물 한 살의 나이가 넘을 턱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가는 곳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순서에서 밀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더 급하고 경력 또한 만만찮은데.....

     

    그대로 쓰러져 자더니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3일간의 그것도 직장이라고, 

    출근시간 지옥철이니,  숨이 막혀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며 지하철 풍경을 연신 떠든다.

     

    제 아무리 똑똑해도  돈이 없으면 시집도 못 가고, 장가도 못 가는 시대다.

    현실이 그래.

    한껏 멋을 내며 거울 앞에서 눈썹을 올리는 아이에게 자극을 주려고 슬쩍슬쩍 떠 봤더니

    "아휴, 엄마는!   그건 어른들 말이지.  자기 앞가림만 잘 하면 되는 거지. 

     우리가 어디 주변 사람들 챙겨야 할 세대인가?  내가 잘 나면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다 길은 있어요."

     

    자신만만이 하늘을 찌른다. 

    청바지에 남방 하나만 걸치고 다니는 친구도 있을텐데 너는 왜 그리 멋을 부리니?

    "돋보이고 싶어서요.  세련되고 최고로 멋지다는 소리는 들어야지."

     

    말해 봤댔자 본전도 못 건지겠다 싶어 그냥 말기를.....

     

    아이에게 나는 옛사람인 게다.

     

    엄마는 오늘 저녁, 집에 안 들어올 것이니 동생을 잘 챙기라고 몇 번 당부를 했어도

    크게 아쉬워 하지도 않는다.  자기들도  엄마를 기다릴만큼 한가하지 않다는데,

    어차피 한 밤 쉬 지나가고 말 것을 왜 이리 잘 아는가?

    세월 빠르게 지나가는 걸 아이들도 느끼나 보다.

     

    나는 이 하루의 외박을 위해 미뤘던 겨울 옷 정리를 후다닥 해치우고,

    밥솥의 밥도 다시 확인 해 보고,  김치찌개가 충분히 남았는지도,

    먼길 떠나는 사람처럼 이 곳 저 곳을 살피고 또 살폈다.

     

    "처음 살아 보는 인생이기에 어떤 계획을 세울 수도 없었다. 

    그저 자식들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오늘까지 왔다"라고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이 말했었다.

    덧붙여 아프고 어렵지 않은 인생이 어딨나? 인생이란게 복불복이다.  좋은 일, 나쁜 일을 가려 해선 안 된다.

    내가 하기로 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불평 불만은 접고 군말 않고 하는 것이다. 하기로 한 거니까.

    그런데 살고 보니  인생 살아 볼 만 하더라.

     

    67세 여배우 윤여정의 흐뭇한 표정이 왜 그리 감동스럽던지....

     

    고통에서 충분히 자기를 이겨낸 사람은 저렇게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 말하는 거다. 

    나 또한 서슴지 않고, 먼 길 떠났다 와도 기 죽지 않을 씩씩함이 있으니 윤여정 만 못하겠나?

    낯선 세상 한번 더 겪고 나면 다시 새로운 길 열릴 것을 믿는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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