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크랩] 우리가 기다려야 할 시간.......
    나의 글 2014. 1. 9. 10:32

    우리가 잘 갔던 시장에 들러

    이 겨울에 마침 맞게 먹기 좋은 것이 무엇일까? 궁리를 하다 기껏 생각해 낸 것이

    떡볶이용 밀가루떡을 사고, 덴뿌라도 사고, 봄동도 사고.....

    사 먹는 것처럼 만들기엔 밀가루떡이 제 격이다.

     

    그렇게 아이들 환심이라도 살까 신나게 가는데,

    막내가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 어디예요?"

    - 왜! 태평역!

    "그래요?  그럼 안 되겠네."

    - 뭐 필요한 게 있어?

    "아니요.  언니들이 떡볶이랑 순대 좀 사오라는데요?"

    - 응, 그래서 지금 재료 사가는 중.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거 말고 포장마차에서 파는 걸로...."

    - 그래!  그럼 차 돌려서 얼른 사 가지고 갈께.

    "엄마, 귀찮게.... 이미 많이 왔다면 그냥 오세요. 괜찮아요."

    - 아니야. 사 가지고 갈께.  그 할머니가 파는 데 것으로.

     

    모란시장 앞에서 재빨리 뉴턴을 했다.

    자식이 무엇이라고......

     

    그리고 나는 다시 물었다.  지금 셋이 있느냐고.

     

    순대 할머니가 순대를 썰면서 꼬리 부분 한 쪽을 건넨다.  이 쪽이 제일 맛있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이 정도 요구 쯤이야. 기꺼이 기쁜 일이다.

    떡볶이 2인분, 순대 2인분을 들고 뛰었다.

    차가 없었다면 가슴팍에 품고 뛰었을 마음으로

    나는 그토록 이 순간이 행복했다.

     

    순대가 반가운 것인지, 떡볶이가 반가운 것인지 아이 둘이 환호를 한다.

    중간 중간 지금 어디쯤이냐고 묻기도 하면서....

     

    엄마를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며 기다리며, 

    그래서 눈물 한바탕 흘려냈다.   아무도 안 볼 때.

    아이들이 나이를 먹었어도, 내겐 그들과 뒹굴고 웃던 그 어떤 날로 되돌아 가고 싶은 간절함이 있지.

     

    식탁 위에 뜨끈뜨끈한 떡볶이와 순대가 올려졌다.

    큰언니는?  둘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는다. 서로를 미루면서...

    막내 담당이잖아.  어서 가서 불러 와.

    여전히 침묵의 시간을 자청하고 시시한 너희들하곤 상대 안 하겠다는 큰 아이였다.

    하물며 그 전날엔 화장대에 있던 자신의 물품까지 혼자만의 방으로 옮겨 둘 만큼

    장시간 고독에 돌입하려던 어른 아이.

     

    이만한 시간이 지났으면 이젠 내 차례다 싶었다.

    "세인아, 얼른 나와서 순대 먹어라."

    큰 아이가 웃는다.  때를 기다렸던 것 처럼.

     

    치고 빠져야 할 그 때가 언제쯤인지를 눈치껏 알게 된 것도

    세월이 가르쳐 준 지혜다.

    충분히 속은 다 태워져야 하고,  남은 것이 더 이상 없어져야 그 답을 얻게 되는 것까지.

    시간이 길어지든,  짧아지든  내 맘대로 치고 들어가 꺾어낼 수 없음은

    무수한 고통이 내게 준 선물이려니....

     

    바라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나의 것이 되지 않으려면 할 수 없이 구경꾼이 될 밖에.

     

    그래서 어느 하루 후련해졌다. 이 것으로 끝은 아닐테지만......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메모 :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낯선 길이어도.... 내 길이 되면  (0) 2014.01.11
    [스크랩] 한가한 날엔....  (0) 2014.01.10
    [스크랩] 조용한 가족  (0) 2014.01.08
    [스크랩] 외로워서 1월인가!  (0) 2014.01.07
    [스크랩] 사람.....  (0) 2014.01.0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