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랩] 한가한 날엔....나의 글 2014. 1. 10. 18:03
동사무소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러 가는데,
좁은 골목 주택가 철대문을 타고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힐끔 두리번거리더니 폴~짝 내려 앉았다.
타고난 재주다. 어찌 저리 가벼울까?
이윽고 전봇대 사이에 버려진 까만 비닐봉지를 뒤적일테지.
역시나 예상을 뒤엎진 못했다.
좌우로 눈치 조금 보더니, 슬금슬금 그리고 잽싸게 고개를 파묻곤 먹잇감을 헤집는다.
한 잠 자고 나서 배가 고팠던 게다.
꽁꽁 언 날씨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골목을 다 빠져 나오도록 바쁘지 않은 내 걸음은 고양이에 꽂혔다.
지루할 만큼 조용한 오후가 내게만 소용되는 것이 아니라,
물어 보니 다 비슷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더군.
명절을 앞둔 이 계절은 한가하기 이를데 없이 따분을 달고 산다.
우울증에 걸려 보지 않은 사람은
그게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몰라서 아무렇지 않게 떠들지만
절대 그리 쉬운 병이 아니다.
다리가 굳고, 몸이 굳고, 말이 안 나오는 고통을 겪었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장시간 들어주기도 하며.....
그럭저럭 하루 잘도 지나간다.
반드시 소득이 있어야만 직성이 풀렸던 삶의 욕심도,
그저 남들 사는 만큼만,
그것이 안 되었대도 그악스럽게 보여지는 일은 나를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사무실에 여유로 있던 쌀 20키로를
자주 일을 도와주는 기사에게 가져가랬더니 시큰둥, 자기네 집에도 쌀이 많단다.
요즘엔 집에 식구가 없으니, 밥 먹을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럼에도 욕심 차리자면 두 말 없이 가져갈 판에.
사실 무턱대고 욕심 내는 일처럼 미련할 것도 없겠다 싶다.
그럼으로 그 사람은 착한 사람으로 보여졌다.
그렇다면 원래 생각했던대로 떡을 해서 나누자.
내 것이어도 내 것이 아니게 되는 일은 마음의 여하에 따라 그리 수월하게 놓아진다.
그동안 놓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불편했던 순간들을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되면서....
그 소중한 여유를 얻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래, 멀리 더 멀리 떠나 볼까? (0) 2014.01.12 [스크랩] 낯선 길이어도.... 내 길이 되면 (0) 2014.01.11 [스크랩] 우리가 기다려야 할 시간....... (0) 2014.01.09 [스크랩] 조용한 가족 (0) 2014.01.08 [스크랩] 외로워서 1월인가! (0) 201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