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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조용한 가족
    나의 글 2014. 1. 8. 11:18

    남의 탓으로 맘대로 미룰 수 있을 때가 그래도 좋았다.

     

    쑥쑥 밀면서 먼 산 바라보기가 내 탓이 아니라는데, 

    살아온 세월 내내 남의 탓이라 했을 땐,

    뒤에서 남 몰래 실컷 떠들어 대고도, 그것이 내 탓이 아니라면서

    툭툭 털어내면 그 뿐일 수 있었지.

     

    하도 우려 내어 곧 맹탕이 될 즈음, 나는 방향을 잃었다.

     

    "이 설만 지나면 너는 지옥 훈련에 돌입하는 거야. 

     3년 긴 것 같지만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몰라.

     언니들처럼 고3을 두 번 지내는 과오를 범하진 말아라."

     

    둘째가 막내를 향해 고등학생이 되기 위한 지침 여럿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스톱워치도 사게 하고,  나름의 문제집을 추천해 사 오게도 하고,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지금처럼 널럴하게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어딨느냐며

    이제부터 불쌍한 시절이라고 격려 반,  엄포 반으로 막내를 들었다 놨다,

    새해가 되면서부터 저녁 풍경이다.

     

    "하긴 언니들은 고3을 2년이나?

     학원에서는 야자 길게 하는 학교를 싫어 해.  얘들이 학원 올 시간이 없잖아." 

    나름 주워 들은 얘기가 저리 많은데,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고 걱정을 태산같이 하다니....

     

    너희는 재수를 했어도 원하는대로 되지는 못했잖아.  그리 끼어들었더니

    "엄마, 무슨 소리예요!  난 지금 충분히 만족해요."

     

    넉살이 좋은 둘째의 시원스러운 대답은

    언제라도 만사형통인 세상이어서 우선 기분은 좋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동생에게

    나름 책임감으로 철두철미한 연설을 쉬지 않고 하느라 목이 타는지

    둥글레 차가 벌 써 몇 잔 째다.

     

    두루 두루 경험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언어 문제집 하나를 택해 막내에게 한참 설명하더니 질문을....

    그보다 머리 회전이 빠른 막내를 일컬어

    "넌 확실히 머리가 좋다.  하나를 가르치면 몇 가지를 앞서 가니,  머리가 커서 그런가?"

     

    시켜 놓고는 부지런히 알바 자리 또 어디 없나, 사방에 불을 켜고 사는 아이.

     

    그 둘은 오늘도 열심히 웃고 떠들었다.

     

    큰 아이는 방문을 살짝 열어 놓은채,  이 왁자함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누구도 섣불리 건들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조심 조심

    이렇게 웃고 떠들면서도 신경 한 쪽은 모두가 그리로 쏠려 있다.

     

    언니, 아까 밥은 먹더냐?  낮에도 너희들 하고 얘기 안 하더냐?

    소리 없이 묻기만 할 뿐인 나, 

    엄마이면서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답답하면서도

    그 아이의 반쯤 열린 문으로 발을 들여 놓고 싶지 않은 것 또한 내 자존심인가?

    느닷없이 돌출되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난 아직도 무방비상태다.

     

    동생은 되는데 언니는 안 된다는 것이 문제란다.

    "엄마, 내 버려 둬요. 언니는 원래부터 저랬어요."

     

    쉽지 않아졌다.  

    그들은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으로 높은 장벽이 되었을 뿐.

     

    남의 탓으로 일관되이 편하게 살았던 날은 이렇듯 속절없이 나를 버렸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나의 탓이 되어지게 되어....

     

    비로소 버거운 삶은 나를 온전히 고독으로 몰아친다.

    타당한 이유를 들어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핑계를 두고,  거실에서 진을 친다.

    적당히 나눌 수 있을 것들에선 지껄이며 나를 드러낼 것인데,

    나 또한 침묵을 고수하며 처분만 바라는 무력함은

    다 내 탓이 되어질 두려움이 엄청 무섭기 때문이다.

     

    어른이어도 어른일 수 없는 나약함이 내게도 있음에.....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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