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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삶이나, 죽음이나나의 글 2013. 12. 1. 15:28
하룻동안 수도 없이 카톡 연락을 하는 동생이어도,
웃고 떠드는 소통 쯤이야 무난할 지언정
내색하지 못할 감정은 따로 두었다.
아침 저녁으로 수도 없이 근황을 밝히는 언니여도
그 소식이 풀풀 날려버리고 싶은 먼지처럼
시시해 미치겠는데
고흥유자 한 박스를 샀다고 일부러 집으로 가져 온 다른 언니의 방문까지.
유난히 예기치 않은 만남이 많은 날이다.
손을 뻗어 어디라도 함께 가자면 마다 할 사람 없을 터인데,
나는 단 한번도 그리 말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라 믿어 왔다.
동생이 남편을 만나러 가야 한다길래, 잠시 태우러 가는 길.
단조롭고 건조한 일상의 반전으로 어울리지 않게 느닷없는 제안 하나를....
"시간 되면 잠깐 추모공원 좀 들렀다 갈까? 괜찮니?"
운전석 옆 자리에 앉아 즐거운 얘기로 막 꽃을 피우려는데
혹시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했다.
나만을 위한 부탁일 것에,
동생이 조용해졌다. 의아한 표정 또한 백미러로 감지되었다.
심각한 것에 익숙하지 않을 선입관으로 기대치는 없었지만
극도의 외로움은 이렇게 자존심을 흐트려 놓는 것인가.
그리 생각도 되었다.
어느날 문득 발길이 끊어졌던 그 곳으로 혼자는 못 가겠어서 동생을 끌어들였다.
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은 편치 않을 것임에도 어쩔 수 없다.
이 순간만은 동생에게 신세 좀 지고 말자.
헛헛해 미칠 것 같은데, 뭐 이럴 때도 있는 것이지.
"오늘이 무슨 날이야? 형부 간 날?"
- 아니 결혼식 했던 날.....
내 세월이 아닌, 남의 세월은 이처럼 뜬금 없다.
그와 나만 확인되어질 그 날인 것을
괜히 동생에게 무리한 추억 되새김질을 강요한 꼴이다.
무심한 동생이라 탓할 자격은 없다.
동생이 기일인지, 다른 날인지 기억하지 못해 허둥댈지언정 크게 중요할 까닭도 없어졌다.
지금 그에게 함께 가 주어서 든든하다는 위로. 그것이면 되었다.
백화점 매장에 물건을 사러 온 쇼핑객처럼 유리관 너머에 새겨진 이름들을 하나씩 물끄러미....
(그 사이 새로운 이름이 많아졌다.)
"언니, 그런데 왜 안 울어?"
당연히 울고 불고 해야 할 것인데
담담하게 구경꾼같은 나를 향해 철부지처럼 동생이 묻는다.
- 여기 오면 삶과 죽음의 차이를 못 느껴. 다 살아 있는 사람 같아.
다만 이 곳으로 옮겨 와 머무는 것 뿐.
"언니, 살아있는 동안 정말 잘 하고 살아야겠다."
뻔뻔하게 들이대어 위로를 차지한 나, 오늘 동생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살아가려니 이리 변해가는 것을, 일부러 거부하려 애쓰지 말자.
철퍼덕 주저앉은들 부끄러울 것이 무언가.
무너지는 나를 용납하지 못하면 살기 힘들어지는 것쯤 어슴프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한참은 더 무너져야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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