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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빛
    나의 글 2013. 11. 29. 10:28

    악몽을 시리즈로 꾸었다는 둘째,   

    "이렇게 엄청난 악몽은 처음이야.

    아빠 아플 때부터 끝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생생한 그 과정 과정이 현실로 느껴지도록

    짚어 주는데 진짜, 꺼이꺼이 울다가 깼어요.

    꿈에 외할머니랑 또할머니도 나오고...."

     

    - 너, 어제 영화봤다고 했지. '대통령의 집사'  그 영향이 있었을 거야.

     

    사실 둘째는 고3이라는 핑계를 섞어  살짝 그 순간,  도피를 시도했었다.

    어수선하니 학교 가까운 할머니집으로......

    두고 두고 그 선택에 대한 회의가 무의식 중 발목이 잡혀 자신을 괴롭히는 건 아닌지.

    몰랐던 것이지만 차라리 그때 함께 부대낄 일이었다.

     

    "꿈이란 것이 참 무서워요. 기억 속 깊숙히 잠재되어 있었던 것이 이렇게 끄집어 내어지니....

     끔찍해 하면서도 그 순간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심리,

     반갑지만 한없이 슬퍼요.   나는 꿈을 너무 자주 꾸어서 탈이예요.

     룸 메이트는 매번 아침에 깨워 달라면서 깨우면 그냥 잔다고 깨우지 말래.

     성가시다고 발로 차.  잠자는 습관이 참 안 좋은 친구."

     

    - 선 잠이 들어서 그래.  꿈은 지금은 생생해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도 곧 잊혀지게 되어 있어.

       지금 이 순간 밥 먹을 땐 맛있게 먹는 생각만, 잠 잘 때는 죽은 듯 잠을 자야 하는 것인데,

       다른 생각이 많아서 그런 꿈도 꾸어지는 거야.

     

    아이의 카톡 소리가 아니었다면 나는 늦잠을 잤을지도 몰랐다.

    까딱이는 울림으로 벌떡 일어나졌으니, 아침 여섯시 오십분!

    한 시간이나 늦었다.

     

    치장할 것까지야, 대충 챙겨 입고.... 

    부지런히 가야 할 곳이 내게 있다.

    숙제를 남겨 두지 않았던 하루는 그 순간은 고될지라도 다음 아침은 가벼워서 좋다.

    그냥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뒤척이며 여유로울 시간이 나에겐 이제 없다.

     

    손으로, 생각으로, 발로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순발력은

    착한 의욕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 반짝임의 순간도 곧 사라질 빛이다.

     

    빛을 고이 모아두기 위한 노력은  지치지 않을 삶의 집착, 

    그들이 아직 도착하기 전에 서둘러 만들어 두고 싶은 조바심,

    식탁을 닦았다가, 청소를 했다가, 안 먹어도 그만일 반찬을 새로 만들었다가....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날마다 주방을 기웃거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대단한 발견이었다.

     

    안으로 안으로 좁혀들어 거대한 빛이 되기를,  이 추운 겨울 나는 소망한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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