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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내리사랑
    나의 글 2013. 12. 2. 12:17

    아롱사태 두 근을 샀다.

    된장을 넣고, 양파를 넣고, 사과를 넣고는

    한 시간 십분 쯤 푹 끓이면 얼추 적당히 익을 것이다.

     

    집중해서 좋아질 수 있는 것들은 생각해 보니 널려있다.

     

    막간을 이용해 고구마도 굽고, 무 초절임도 해 두고, 또 무엇을 할까?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   움직거려 무엇이라도.....

    매어 있지 않은 하루는 내 마음대로 분배할 수 있어서 좋다.

     

    FM으로 산다는 것은 고지식함을 일컫는다던데,

    하루를 두번으로 사는 사람 있다면 몰라도

    아니라니 삼시 세끼 그 풍만함의 비중이 가장 크게 되었다.

     

    뚝딱 거리며 만들어 놓은 옹색한 만찬, 군침 돈 식욕으로 금새 동이 나 버릴지언정

    다시 만들거리가 생긴 것에 의욕을 보태면서 또 잠을 줄인다.

     

    해야 할 일은 궁리를 하면 할 수록 솟아난다.

     

    먼산 바라보기로 의욕을 놓으면 보이지 않았던 무수한  꺼리들.

    냉장고 안이 텅텅 비워질 수록 감사한 이유가 되었다.

     

    아이 셋 중 누구도 알은체 하지를 않기에 서운한 마음으로 자정 무렵,

    이 밤이 다 가기 전이어야 하길래

    카톡방에다 "오늘 하숙비 넣는 날, 그리고 12월 1일은 특별한 날" 이렇게 올려 두었다. 

    바라는 것은 없어도,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서럽다.

     

    막내는 .....

    둘째는 "외롭다"

    첫째는 보았어도 모른척.

     

    우회적인 엄마의 표현을 두고, 이렇게 반응이 다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무심함이 차라리 좋다.

    말없이 흐르는 하루,  무사히 흘렀으니 살만한 것이다.

    이제 불편할 의식은 나 하나로 족하다. 

    내게서 분노가 사라졌다.

    사는 일에 터득할 것은 왠만큼 다 된 것으로...

     

    "엄마, 어제 무슨 날인줄은 알았는데 모른척 해서 미안해요.

     내가 할 일이 무척 많아요.

     지금은 우선 보류,  속상한 일 있어도 참아 주세요.

     나중에 성공해서 돈 많이 벌면, 엄마 쉬게 해 줄께요."

     

    자식한테 푸념하듯 분노를 표출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견디고 보면 진심은 시간의 차만 있을 뿐 알아지는 것이니...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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