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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같은 생각?나의 글 2013. 11. 28. 17:51
검은 비닐 봉지 하나가 굴러다니다 멈췄다.
한참을 같은 자리에서.....
주우려던 것을 미루어 두었더니, 잠깐 착시현상으로
혹시나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은 것은 아닐까?
추운데 문을 괜히 열어 두었나 보다며
조심스레 다가간 것은 쫓아낼 요량이었다.
밖에서 들이치는 찬바람에도 꼼짝 않는 것임에
발소리를 되도록 크게 내면서 저절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중인데,
아뿔싸, 문턱 넘어 진짜 고양이가!
굼떠서 긴 걸음을 안 한지 한참 된 고양이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ㅣ
자신이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기막힌 일이.....
가엾다고 정 들일 순 없는 것쯤,
그 뒷 수습이 버거운 친절은 애초에 벌이지 않으리라.
평소 떠도는 고양이의 웅크린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 그러했었다.
주변 분들이 햄이 아니면 입도 되지 않도록 고급을 만들어
버릇 잘못 들였다고 말 듣는 고양이.
어슬렁 어슬렁 걸음으로 한가한 세상 관망하기라도 하듯,
동시에 마주친 그 겸연쩍음,
고양이도 나도 들키기 전으로 재빨리 돌아섰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다.
사진으로 남겨나 둘 걸 그랬나?
분명 먼저 본 것은 비닐봉투였고, 마주 한 것은 고양이.
무엇이 우선되었든 웅크린 모습은 분명 같았었다.
찰나에 벌어진 공통어는 외로움이었다.
참으로 잘 날 것 없는 사람,
이 순간에도 눈물이 흘러내리다니.....
꽤 오랜 시간 고양이의 죽음은 지체되고 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 날을 고대하고 있는가?
그냥.... 삶과 죽음에 대해
나의 시선은 잔인한 이중성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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