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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 쯤 2박3일간
친정 서천까지 가서 김장을 해 가지고 오는 그녀의 집에 들렀다.
그녀는 남편의 친구 부인.
늘 한결 같아서 고마운 사람.
가끔씩 그녀 몰래 나 혼자서 배반을 하기도 하지만
나무처럼 한 자리에 있는 올곧은 사람.
그녀의 김장 이야기가 궁금했다.
올케 두 사람 중 하나는 그냥 장로교인,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교회 교인, 자기는 성당.
매번 배추를 씻다 말고 교회로 달아나는 올케들 때문에 혼자서 애를 먹는데,
왜 그들은 아침 저녁으로 그리 가는지 모르겠단다. 난 딱 한 번만 가는 걸....
그래서 또 한바탕 웃었다. 이렇게 별 것 아닌 푸념으로.
남편과 함께 작은 공장을 하는 중이라,
3일동안 일을 못하면 손해가 막심해서 이제 그만 가야겠다고 하면서도
20여년 내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다녀오는 착실한 사람.
쉬운 일은 아닐 것이지만, 고이 지켜내는 약속은 묵묵함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무우 네 개와 배추김치 몇 포기를 챙겼다.
괜찮은데, 내게도 김치는 많건만 이 집 김치는 탐이 난다.
그래서 얼른 받아 들었다.
막걸리를 사 들고 온 남편의 친구가
돼지고기 수육이라도 먹고 가라는 걸 괜찮다 했다.
외로움은 내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남편 있는 그녀가 살짝 귀띔을 한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치유는 결국 나 혼자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김치 하나로 걸신 든 사람처럼 밥 두 그릇을 개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고.
잔뜩 쌓여진 설겆이도 그냥 본 체 만 체
드러 누웠다.
만사가 귀찮아졌다.
몸이 이토록 게을러지기도 하는 일이 신기할만큼 슬로우 슬로우....
약에 취한 사람 같다.
내가 아닌 나로 한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은 가당치 않은 발상이다.
어디까지나 나는 나여서.....
편해 보여도 나만 아는 까칠한 본성을 거역할 수 없는 까닭.
그녀가 의아해 했다.
"내게도 여자 동생이나 언니가 있다면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참 궁금해. 부럽기도 하고."
나에게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은 끝없을 인간의 욕심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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