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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가족
    나의 글 2013. 11. 22. 09:39

    일백 십만원을 택할 것인가? 그보다 조금 많은 일백 삼십만원을 택할 것인가?

    예순 셋, 오빠의 고민입니다.

     

    화려한 시절이 계속 될 줄만 믿고 있었던 젊은 날은 정말 짧았습니다.

    으뜸으로 머물러 있기 위한 노력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할 노후 준비 정도는 해 두었어야 했는데,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육십이 넘어 버렸습니다.

     

    강남의 어느 고급 빌라촌에 경비 자리가 나서 취직이라도 해 볼까!

    신경 쓰던 중에 자리가 났답니다.

    그 마저도 경쟁이 치열했다고 다소 안도하는 눈치.....

    사람이 처음 바닥으로 치달을 때는 잘 모릅니다.

    몇 번의 바닥을 반복되이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그 깨달음의 시간이 무척 깁니다.

     

    통장으로 월급이 입금되어야 하니

    통장 사본과 몇 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나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놀면 뭐하나?  적은 돈이라도 일을 하는 게 어딘가?"

    나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대뜸 얼마간의 쓸 돈을 보내주던 나였는데,

    참으로 객관적인 심정이 되어졌습니다.

     

    오빠가 면목 없는 웃음을 허허거립니다.

    거기에 내 안타까움을 더이상 보태지 않는 것은 나도 살아야 한대서가 아니고,

    다른 형제의 삶에 관심이 덜해진 까닭입니다.

     

    바로 밑의 동생이 말합니다.

    "오빠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  당장 우리가  자리 하나 만들어 준다고 하지 말라 해.

     이럴 때 가족이 필요한 거지."

     

    가족!  참 좋은 말입니다.

    어느 땐가부터 잊어버리고 살았던 그 낯선 가족이란 단어가 나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다시 오빠에게 전했습니다.

    동생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이런 중간 역할도 처음입니다.  

    여간해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았던 생활, 내 일이 아니니 좀더 수월합니다.

     

    "그래!  해줄 수 있대?  자존심 그런 거 다 버렸어.  이래서 가족이 좋은 거다.

     사실 하루24시간 매여 있는 건 정말 갑갑해."

     

    동생이 나 보다 낫습니다.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줄만 알았더니 어쩜 그것은 나의 편견이었지도 모릅니다.

    가족이 누구보다 우선인 것을 가슴 속에 새겨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나보다 잘 나가는 동생을 시샘했을지도 모릅니다.

    절대 표시는 안 하며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 속내에 품고 있는 마음은 나만 아는 것이니.....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누구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다리 역할 정도 기꺼이 해주리라,  번죽 좋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내가 너무 수월하게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러다 고유의 고집까지 녹아버려 물이 되어지는 건 아닌지,

    혼자 허탈한 웃음 웃고 말 때도 있습니다.

     

    점점 색깔이 없어집니다.

    독보적인 자존심도 소용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저렇게 불편한 사람,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 아울러 살게 되는가 봅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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