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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런 날엔...나의 글 2013. 11. 21. 13:13
적막함이 싫어서,
컴퓨터를 켬과 동시에 음악은 어떤 것이 되었든 하루 종일 멈추는 일이 없다.
잠깐 은행에 갈 일이 있거나, 미리 시장보기를 하러 외출을 감행했던 그 긴 시간에도
홀로 노래는 너울 너울 춤을 추며 내 빈 자리를 지켜 준다.
멈추어 있는 것에 이리 못 견디게 될 줄이야.
김장배추 60포기를 마트에 주문을 해 놓고 오는 길이라며 언니가 전화를 했다.
몸이 아프니 왜 이리 짜증만 나는지 모르겠다나?
다음부턴 아들 딸에게 각자 해 먹자고 할 거란다. 김장 날짜 맞추기가 이리 힘드니....
1년 먹을 양식 준비하는 일 얼마나 힘든데, 속도 모르고 퍼 갈 줄이나 알지.
나, 이번엔 허리가 아파서 못 한다고 했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재료 사 두고 알아서들 하라고 할란다.
며느리도 보고, 사위도 본 언니는
자식의 일, 10년째 겪고 보니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했다.
온통 불평 불만 투성이로, 그러고 보니 아프면 절대 안 될 것 같다.
형부가 다 거들어 주는데도 성에 차지 못한 짜증이 샘솟듯 솟아나는 걸 보면
배우자가 있다고 완전한 행복은 거두어 들일 수 없음이다.
한시간을 넘어 22분이 되도록 거짓말 같지만 내 얘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쪽 얘기만 들어야 했다고 서운할 것도 없는 나는
언니가 나에 대해 어떤 것이라도 물어 보아 주지 않은 것이 오히려 고마울 뿐.
고였던 이야기 보따리 꺼내고 또 꺼낸들, 가슴만 아플 것을.
이제부턴 주로 듣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누구라도 서두를 부러 꺼내어 흐트러 놓지만 않는다면 하루, 너끈히 살아낼 수 있다.
행여나 원인의 제공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괜찮다는 것으로 시작을 하자.
내 할 말이 줄어 든 것은 그만큼 불편한 구석이 덜 해졌다는 표시일게다.
사느라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짠한 모습이
내게 주는 다른 위로인 것쯤이야 영악한 머리로 어찌 모를 것인가!
벼랑 끝에 몰렸다가 되살아난 불사조처럼
무사히 나의 오늘을 살려낸 것에 경의를 표한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예요.
언제나 그 놈의 바람이 문제지."
지나가는 짤막한 소리에서도 배울 것이 참 많은 날,
먼저 간 사람이 가엾지만
질긴 내 삶을 탓할 만큼 어리석지 않아 좋은 날.
이런 날이 좋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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